책이름 : 사랑
지은이 : 임의진
펴낸곳 : 샘터
목사 임의진의 책을 네 권 째 잡았다. 산문집으로 『참꽃 피는 마을』(섬앤섬, 2008)과 『앵두 익는 마을』(섬앤섬, 2008), 시집으로 『버드나무와 별과 구름의 마을』(작은것이아름답다, 2016) 그리고 『사랑』(샘터, 2004)은 저자의 세 번째 글집이면서 첫 번째 시집이었다. 내가 잡았던 두 권의 산문집은 개정판이었다. 시집은 4부에 나뉘어 118편의 시가 실렸다. 시문(詩文)은 9편이 실렸는데, 각 부의 앞 두 글과 4부 마지막 두 번째 글이었다. 목사가 직접 그린 그림 11점과 사진 15장이 글 사이에 고명처럼 얹혔다.
목사는 르네상스형 인간이었다. 시인, 수필가, 화가, 사진작가, 여행가, 칼럼니스트, 가수, 환경운동가 등. 3대째 목사 집안의 지은이는 신학을 공부하고 전남 강진의 남녘교회를 일으켜 세워 담임목사로 10년간 목회활동을 했다. “십년 세월 넘도록 담임목사로 한 곳에 있었으니 이제 옮길 때도 되었다.(······) 내년까지는 다른 곳에 집을 얻어 이사 간다고 선언했다. 발길 드문 산골짜기 양명한 터에 흙집을 앉히고, 한 철 잘나고 싶어서 여기저기 집터를 알아보고 다니는 중이다.”(137쪽) 목사는 2005년 안식년을 선언하고 전남 담양 병풍산 아흔아홉 골짜기 여우골에 ‘신선이 돌아왔다’는 회선재(回仙齋)를 짓고 칩거했다. 나는 목사의 새 책을 기다렸다. 저자는 〈경향신문〉에 11년째 삽화를 곁들인 「임의진의 시골편지」를 연재중이다.
누군가 먼저 슬픔의 마중물이 되어준 사랑이 / 우리들 곁에 있다 // 누군가 먼저 슬픔의 무저갱으로 제 몸을 던져 / 모두를 구원한 사람이 있다 // 그가 먼저 굵은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기에 / 그가 먼저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을 꿋꿋이 / 견뎠기에
목사 시인의 대표시 「마중물」(13 ~ 14쪽)의 4·5·6연이다. 시인이 고단했던 타향살이 서울을 벗어나 고향 강진에 내려왔을 때 희미한 초승달아래 버려진 우물과 작두샘을 보며 두서없이 적어 내려간 시였다. 목사는 자신을 ‘떠돌이 별’이라 말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신학대학을 나와 목사를 하면 다들 머물려고 하고, 가지려고만 한다. 나도 편하게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원래 예수나 붓다는 여행자고 순례자다. 고향 없이 날아다니는 유성과 같은 존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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