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아연 소년들
지은이 :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옮긴이 : 박은정
펴낸곳 : 문학동네
『체르노빌의 목소리』(새잎, 2011) - 체르노빌 핵발전소의 폭발이후 자연과 인간에 닥친 변화 추적
『전쟁의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앟았다』(문학동네, 2015) -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소련 여성
『세컨드 핸드 타임』(이야기가 있는 집, 2016) - 1991년 소련의 해체이후 탈소비에트 시대의 급격한 변화
『마지막 목격자들』(글항아리, 2016) - 제2차 세계대전당시 어린 시절을 보낸 소련 어린이들의 목격담
『아연 소년들』(문학동네, 2017) - 소련의 아프카니스탄 침공에 참전했다가 아연관에 실려 온 앳된 소련 병사들과 그 가족
201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유토피아의 목소리’라 불리는 다섯 권을 모두 책씻이했다. 소설은 “다성악 같은 글쓰기로 우리 시대의 고통과 용기를 담아낸 기념비적 문학”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작가는 책을 쓰기 위해 4년 동안 아프가니스탄 곳곳을 돌며 500건 이상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는 전쟁 참전군과 ‘아연 소년들’이라 불린 전사자(소년병들의 유해가 아연으로 만든 관에 담겨 붙여진 이름)의 어머니가 대상이었다. 1979년 ~ 1990년대의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은 100만 이상의 아프가니스탄 사람이 죽었다. 소련 참전군은 1만5천명이 전사했다.
9층 발코니에서 몸을 던지려는 두 다리 없는 아들. 낙타와 사람들이 피구덩이에 뒤엉켜 누었고. 팔 다리 없이 먼지구덩이에 죽은 어린 여자아이. ‘엄마!’를 부르는 부상병들의 비명. 성기마저 잘린 채 실려 온 중위. 여자 병사들 일부는 물건을 얻기 위해 상인들에게 몸을 팔고. 러시아인 얼굴을 한 검은 피부의 소년. 15개의 파편이 몸에 박힌 사샤는 러시아에 돌아온 지 1년 만에 목을 매고. 실 한가닥에 매달린 헝겊인형의 팔처럼 덜렁거리는 일곱 살 여자아이의 팔 하나. 낙타의 내장이 바닥에 질질 끌리고. 시체안치실에 흙과 뒤범벅된 사람의 살점. 사람 귀를 말려 실에 주렁주렁 꿰어놓았고. 군화 째 반으로 동강난 다리. 병사의 시신을 지키고 앉은 개의 눈. 침대 시트를 목에 휘감고 창문 손잡이에 목을 매고. 자기 무릎이나 손가락에 스스로 총을 쏜 병사들. 약을 안 했으면 죽어 나자빠지거나 신경이 터져버렸을.
소설은 평범한 소년들이 전쟁에 동원되어 어떻게 변화되어가는 지를 보여 주었다. 사람을 죽이고 마을을 불태우는 끔찍한 경험의 소년들은 죄의식마저 마비되었다. 소년병들은 전쟁터에서 죽거나, 살아 돌아와도 극심한 트라우마(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불면으로 잠을 못 이루어 마약과 알코올을 탐닉하고, 일상생활을 꾸려 나갈 수 없을 정도로 영혼이 파괴되었다. 전쟁터의 정신적 상흔에 시달리는 참전군들은 스스로 목숨을 버리고, 살인을 저질렀다. 무수한 소년들, 어머니들을 고통 속에 몰아넣은 국가는 일방적인 명령만 하달했다. 국가는 국민들을 책임지거나 보호하지 않았다. 언론을 감시·통제하며 ‘국제주의용사’라는 선전에 열을 올렸다. 구소련 시인 보리스 아모라모치 슬루츠키(1919 ~ 1986)는 말했다. “우리가 전쟁터에서 돌아왔을 때 나는 우리가 불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