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배는 그만두고 뗏목을 타지

대빈창 2018. 10. 25. 07:00

 

 

책이름 : 배는 그만두고 뗏목을 타지

옮긴이 : 허세욱

펴낸곳 : 학고재

 

역대 최강 폭염이 지구를 온통 불덩어리로 달군 입추가 막 지난 즈음에 책씻이를 하고 리뷰를 긁적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6박7일의 여름휴가를 끝내고 청와대에 복귀한 시점이었다. 책을 멀리 하는데 있어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이 땅 사람들도 대통령이 휴가 기간 잡은 책들을 찾아 베스트셀러 목록에 잠깐 얼굴을 내미는 것도 이 즈음이었다. 『배는 그만두고 뗏목을 타지』는 다독가로 알려진 故 김대중 대통령이 1999년 여름휴가 때 잡은 책 중의 한 권이었다.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옛글 백가지』가 우리나라 고려·조선의 명문장가 64분의 글 100편이 실렸다면, 『배는 그만두고 뗏목을 타지』는 중국 역대 문장가 57분의 중국 산문 83편이 실렸다. 중국학자 허세욱은 전국시대 초(楚)나라의 시인 굴원(屈原:B. C. 339? ~ B. C. 278?)의 어부사(漁夫辭)에서 청(靑)나라 말엽 공자진(龔自珍:1792 ~ 1841)의 병매관기(病梅館記)까지 중국 산문의 다양한 맛과 향기를 느낄 수 있도록 우리말로 옮겼다. 표제글은 명(明)말 문학의 개성과 고벽성(古癖性)을 주창한 경릉파의 우두머리였던 담원춘(譚元春:1586 ~ 1637)의 초유오룡담기(初游烏龍潭記)로 1619년 친구와 오룡담 옆에 세운 친구의 정각에서 놀이한 느낌을 쓴 소품이었다.

 

굴원(屈原) - 어부사(漁夫辭) / 제갈량(諸葛亮) - 출사표(出師表) / 도연명(陶淵明) - 도화원기(桃花源記), 귀거래사(歸去來辭) / 이백(李白) - 춘야연도리원서(春夜宴桃李園序) / 한유(韓愈) - 잡설(雜說) / 범중엄(范仲淹) - 악양루기(岳陽樓記) / 주돈이(周敦頤) - 애련설(愛蓮說) / 소식(蘇軾) - 적벽부(赤壁賦)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30여 년 전 위의 고문진보(古文眞寶) 전 문장을 암기했다. 대만국립대학 제1호 한국인 박사의 권위가 대단했던 교수의 한문강독, 한문특강의 교수법은 옛날 서당식 교육이었다. 원시(?)적 가르침에 혀를 내두른 수강생들은 거의 뺑소니를 놓아 단 7명이 종강까지 남았었다. 한지와 철끈으로 직접 만든 구닥다리(?) 책(柵)에 위에 열거한 문장을 서너번씩 붓펜으로 필사했다. 시험을 치르는 방식은 더욱 혹독했다. 대뜸 출사표(出師表)를 한자도 빼놓지않고 써내라는 것이다. 시험 며칠 전날 교수는 출제 가능성이 높은 고문(古文) 네 가지 표제를 일러 주었다. 지금도 기억이 또렷하다. 출사표(出師表)는 모두 273字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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