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사불산 윤필암

대빈창 2018. 11. 5. 06:21

 

 

책이름 : 사불산 윤필암

엮은이 : 정영목 

펴낸곳 : 학고재

 

경북 문경 산북면 전두리와 동로면 노은리 경계를 이루는 공덕산(功德山, 913m)은 불교계에서 사불산(四佛山)으로 알려졌다. 삼국유사에 이르면 신라 진평왕 9년(587)에 하늘에서 사면체에 여래상이 새겨진 큰 바위가 붉은 비단에 쌓여 산꼭대기에 떨어졌다. 왕이 친히 행차하여 예배하고 바위 곁에 절을 세워 대승사(大乘寺)라 하고 산 이름을 사불산(四佛山)이라 했다. 윤필암(潤筆庵)은 대한불교 조계종 제 8교구 본사 직지사의 말사 대승사의 산내 암자이다. 윤필암 사불전은 불상이 없다. 정면 큰 유리를 통해 사불산 정상의 사면석불(四面石佛)을 향해 기도한다.

대승사와 인연이 깊은 나옹(懶翁)선사(1320 ~ 1376)가 입적하자 고려 말의 유학자·문장가인 이색이 왕명을 받아 비명(碑銘)을 지었다. 나옹선사 문도들이 윤필의 재물을 마련하여 사례하려고 하자, 이색은 받지 않고 허물어진 절을 수리하게 하고 윤필암이라는 절 이름을 지어주었다. 여기서 윤필(潤筆)은 ‘붓을 씻는다’는 말로 요즘말로 ‘글을 탈고했다’는 의미였다. 이때 지어진 일곱 곳의 윤필암은 묘향산, 금강산, 소백산, 사불산, 치악산, 용문산, 구룡산에 있었다. 사불산 윤필암은 수덕산 견성암, 오대산 지장암과 더불어 근세 최초의 3대 비구니 선원이다.

책은 열일곱 명의 미술인이 윤필암과 맺은 인연을 동·서양화(구상·추상), 조각, 사진과 글로 풀어냈다. 작품이 앞서고, 짤막한 산문이 뒤를 이었다. 아니다. 책을 여는 글 「사불산 윤필암 -꽃보다 아름다운 스님들의 도량」 을 쓴 미술사학자 정영목과 전시기획을 연 화랑 〈학고재〉의 주인 우찬규까지 열아홉 명이라고 말해야 맞다. 마지막은 책에 실린 근세 고승 경허선사의 선시(禪詩, 102 ~ 103쪽)다.

 

無事猶成事  일 없음이 오히려 할 일이거늘

掩關自日眼  사립문 밀치고 졸다가 보니

幽禽知我獨  그윽이 새들은 나의 고독함을 알아차리고

影影過窓前  창 앞을 그림자 되어 어른대며 스쳐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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