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당랑권 전성시대

대빈창 2018. 11. 7. 07:00

 

 

책이름 : 당랑권 전성시대

지은이 : 윤성학

펴낸곳 : 창비

 

『당랑권 전성시대』(창비, 2006)

『쌍칼이라 불러다오』(문학동네, 2013)

 

시집의 생경한 표제가 눈길을 끌었다. 당랑권이라니. 쌍칼이라니. 나는 이소룡의 쌍절곤과 노란색 츄리닝과 날카로운 고양이 비명 같은 기합소리 그리고 스승 소화자와 취권을 배우는 제자 성룡이 무술을 익히며 들이키는 호리병에 든 술을 떠올리는 세대였다. 앞뒤 가릴 것도 없이 철지난 시집 두 권을 손에 넣었다. 시인의 첫 시집부터 손에 펼쳤다.

시인은 200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감성돔을 찾아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인은 농심 홍보팀 차장으로 샐러리맨으로, 시의 소재를 지하철이나 버스 안의 광고에서 발견하는 철저한 생활인이었다. 해설은 문학평론가 박수연의 「시가 솟아오르는 순간」이다. 부 구분 없이 50편이 실린 시집은 도시인의 생활 속 비애의 순간을 포착한 매력적인 시편들로 가득했다. 시편은 도시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풍경을 소재로 깊은 공감과 위로를 독자에게 건넸다. 시인은 말했다. “시(詩)라는 한자를 풀어 보면 ‘언어(言)의 사원(寺)’이라는 의미인데, 사원은 대개 가장 아름답고 완성도가 높은 건축물을 뜻합니다. 즉 시는 언어의 집합체 중 가장 세련된 형태입니다.” 마지막 시 「소금 시」(86쪽)의 전문이다.

 

로마 병사들은 소금 월급을 받았다 / 소금을 얻기 위해 한 달을 싸웠고 / 소금으로 한 달을 살았다 // 나는 소금 병정 / 한 달 동안 몸 안의 소금기를 내주고 / 월급을 받는다 / 소금 방패를 들고 / 거친 소금밭에서 / 넘어지지 않으려 버틴다 / 소금기를 더 잘 씻어내기 위해 / 한 달을 절어 있었다 // 울지 마라 / 눈물이 너의 몸을 녹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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