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NLL의 섬 말도의 벽화

대빈창 2018. 9. 17. 07:00

 

 

 

말도에 대해 처음 들은 지가 20여년이 다 되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시간 개념이 희박하여 흘러간 세월의 흐름을 떠올릴 때 애를 먹습니다. 봄이 오기 전 낙도를 방문하여 한해 영농을 준비하는 농민의 농기계수리를 돕는 동료를 통해서였습니다. 그 시절 말도는 자가발전기로 전기를 일으켜 생활했다고 합니다. 동료는 초저녁 두서너 시간 전기의 혜택을 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잠은 오지 않고 밤이 깊어지면 촛불을 켰다고 합니다. 달랑 세 가구 뿐 인 섬은 이장과 새마을지도자, 선장이라는 감투(?)를 모두 썼습니다. 얘기를 들으며 저는 낭만적이고 목가적인 삶을 떠 올렸습니다. 말도는 NLL 선상에 위치하여 강화도와 서도(西島)를 운항하는 카페리호가 접안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말도와 인연을 맺은 지 10여년이 넘어섰습니다. 지역 공동화를 걱정하는 여타 시골과 달리 말도는 오히려 가구 수가 늘었습니다. 말도의 주민수가 15명을 넘어섰습니다. 혼탁한 세상에 넌덜머리가 난 이들이 말년을 조용한 곳에서 보내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꾸며 말도로 이사를 왔습니다. 말도의 논 면적은 3만평이나 됩니다. 자급자족이 가능한 섬 환경 입니다. 이미지의 벽화는 서도에서 가장 오랜 그림입니다. 말도와 인연을 맺은 미대 학생들의 작품입니다. 벽화가 그려진 벽은 말도의 게시판 역할도 했습니다. 마을회관이 없는 섬에서 주민들에게 알릴 공보물을 붙였습니다. 선거철이 돌아오면 선거벽보가 길게 벽화를 가렸습니다.

페인트가 벗겨진 낡은 슬레이트 지붕을 인 벽채는 토박이 어른의 골방입니다. 봄가을 농기계수리로 섬에 들어 갈때마다 장작을 때고 하루를 묵었던 방입니다. 불맛을 오래 못 본 아궁이는 너구리 잡듯 연기를 토해내 곤욕을 치렀습니다. 이제 어르신도 기운이 다해 농토를 다른 이에게 도지를 주고, 인천 아들네서 겨울 한철을 나십니다. 찾는 이가 없는 골방의 쪽창은 널빤지로 보기좋게 가리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70년대 드라마 세트장을 연상시키는 말도의 낡은 집 벽들마다 벽화가 아기자기합니다. 말도를 찾으면서 토박이 어르신께 전화로 연락을 취합니다. 골방 주인께서 담배 한 보루를 부탁하십니다. 농기계수리를 마치고 섬을 나서자, 세금납부를 부탁하십니다. 그렇습니다. 말도는 관공서나 금융기관은커녕 구멍가게하나 없는 NLL의 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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