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전야는 어떤 엄청 난 사건이 일어나기 전의 고요한 상태를 말합니다. 주문도 느리 선착장의 태풍전야 모습입니다. 선외기들이 해상크레인에 의해 물량장에 올려 졌습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고, 태풍이 오면 배가 뭍으로 올라 옵니다. 강화도와 서도(西島)를 오가는 여객선 삼보 12호는 22일 주문도발 2시배로 나가 소식이 없습니다. 제19호 태풍 솔릭(SOULIK)은 미크로네시아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전설속의 족장’을 칭합니다. 태풍은 보통 나선팔로 구름을 몰고 다닙니다. ‘솔릭’은 원통형의 모양과 또렷한 눈을 가진 도넛 태풍(또는 타이어 태풍)으로 불리는 발생 확률이 1 ~ 3%로 매우 드문 태풍이었습니다.
기상청의 태풍 진행 예보는 한반도를 얼어붙게 만들었습니다. 2010년 9월 2일 충남 서해안을 지나 강화도 남동부에 상륙한 뒤 한반도를 4시간 만에 관통한 '곤파스’의 위력은 대단했습니다. 총 17명의 인명 피해와 1761억 원에 달하는 재산피해를 냈습니다. 우리집도 슬라브 옥상의 심야전기 보일러 벽체가 강풍에 날아가, 보일러와 온수통을 지상으로 내려 다시 설치했습니다. ‘솔릭’의 강력한 위력은 역대급 폭염이 만들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폭염을 몰고 온 북태평양 고기압이 해수 온도를 상승시켜 강력한 태풍을 발생시켰습니다.
최대 풍속 40m와 제주도에 하루 1000mm의 폭우를 쏟아 부은 ‘솔릭’의 발걸음이 한반도가 가까워지자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기상청의 예보는 경로를 동쪽으로 트는 지점이 태안반도, 서산, 군산, 영광으로 점점 아래로 내려 갔습니다. '솔릭'은 결국 23일 오후 11시쯤 목포에 상륙하여 이동 속도를 시속 52km로 높여, 24일 오전 10시경 강릉을 지나 동해상으로 빠져 나갔습니다. 지독한 가뭄으로 갈증에 허덕이던 주문도는 효자 태풍을 기대했지만, 고작 20mm의 빗줄기만 감질나게 부슬거렸습니다. 역대 태풍 중 가장 오래, 가장 강한 강도로 수도권 내륙을 할퀼 것으로 예보됐던 19호 태풍 '솔릭'은 힘한번 못써보고 물러났습니다. 족장은 다만 전설 속의 인물일 뿐이었습니다.
‘솔릭’의 발걸음이 갈팡질팡해진 원인을 전문가들은 두 가지로 잡았습니다. 강력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버텨 태풍의 북상을 저지했고, 20호 태풍 ‘시마론’(CIMARON, 필리핀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야생 황소를 의미)으로 인한 ‘후지와라 효과’입니다. 일본 기상학자 후지와라 사쿠헤이(1884 ~ 1950)의 이름을 따서 두 개의 태풍이 인접하면 서로 간섭하여 서로의 진로와 세력에 영향을 미치는 효과를 말합니다. ‘솔릭’은 아마겟돈의 옆얼굴을 잠시 우리에게 보여 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달리는 열차를 탈선시키는 최대 풍속이 초속 67m인 슈퍼태풍이 떠올려집니다. ‘태풍의 길목’에 자리한 우리나라에 기상학자들은 경고합니다. “ 지구온난화로 태풍이 점점 강해지고 있는 추세로, 루사급(2002년), 매미급(2003년) 이상의 슈퍼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고. 삼보 12호는 24일 오후 4시10분 외포항을 출항하여 주문도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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