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다랑구지가 타들어가다.

대빈창 2018. 8. 16. 05:32

 

 

 

사상 최악의 폭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의 폭염 일수는 정확히 30일을 채웠고, 열대야는 26일째 지속중입니다. 우리나라만이 겪는 공포가 아니었습니다. 유럽, 북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북반구 일대가 온통 불덩어리입니다. 인류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대가 도래한지 모르겠습니다. 기후학자들은 현재의 기후변화가 지속되어 임계점을 넘어서면 지구의 자정작용이 멈추고, 인류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도 어쩔 수없이 파국으로 치닫는 시기가 가까웠다고 경고합니다.

그린란드의 빙하가 사라지면 멕시코 난류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고, 해수면이 상승하고, 더 많은 열을 받은 남빙양은 남극 빙하를 녹이고.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메탄가스가 풀려나와 지구온난화에 가속도가 붙는. 자연현상이 연쇄반응을 일으켜 지구가 탄소를 흡수하고 열을 반사할 수 있는 능력을 점차 상실해 가고 있습니다. 사라지는 빙하. 뜨거워지는 바다. 해류 흐름의 변화. 파괴되고 죽어가는 숲.

폭염 피해는 대빈창 다랑구지 들녘이라고 예외일 수 없었습니다. 요즘은 벼농사에서 중만생종(추청, 삼광)의 출수기로 어르신네 말씀을 따르면 ‘알이 점차 배어, 벼가 물 먹는 소리’가 들리는 시기입니다. 주문도 큰 마을 진말의 저수지가 물을 내리는 광경을 부러운 눈길로 쳐다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속적인 폭염과 가뭄으로 농업용 관정도 물이 말라갑니다. 느리 선창에서 대빈창 해변으로 향하는 길은 대빈창 들녘을 봉구산자락 논과 제방 간천지 논으로 가르는 경계선입니다.

논의 물이 말라 손이 들어갈 정도로 땅바닥이 쩍쩍 갈라졌습니다. 산자락 논들은 갈증에 허덕여도 소나기라도 쏟아지면 깨어날 수 있습니다. 간척한 지 반세기가 흘렀지만 제방아래 논들은 땅 속에 숨어있던 염기가 올라와 벼 끝이 시뻘겋게 타들어갔습니다. 짧은 장마 때 쏟아 부은 빗물로 제방 밑 논들의 벼가 물에 잠겨 들었습니다. 바닷물이 쓸고 해수면이 낮아지자, 아까운 담수를 배수갑문을 열고 바다로 흘려버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랑구지 들녘의 농부들이 머리를 맞댔습니다. 저수지 축조는 자금과 인력과 시간이 크게 들어갑니다. 급한 대로 들녘 한가운데 둠벙을 파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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