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집 고양이 수놈 재순이와 암놈 노순이, 검돌이의 성장기가 어느덧 햇수로 삼년이 지나고 열여섯 번 째 글을 맞았습니다. 녀석들은 어른이 되었고, 암놈 노순이는 세배 째, 검돌이는 두배 째 새끼를 낳았습니다. 노순이는 네 마리를 낳았는데, 어미를 닮은 노란 줄무늬 새끼 두 마리는 혼자 사시는 마을 할머니께 분양되었습니다. 검돌이는 검정고양이 세 마리를 낳았습니다. 조심성 많은 녀석이라 해가 떨어져야 새끼들을 바깥나들이 시켜 주인도 보기 어렵다고 합니다. 이미지는 우리집 출입문 앞입니다. 아직 어미 곁을 떠나지 않은 흰 바탕에 노란 얼룩무늬 새끼 고양이 한 마리와 노순이가 보입니다. 노순이가 새끼 한 마리를 우리집으로 데려와 개사료를 먹이고 있었습니다. 어머니와 저는 마루에서 인기척을 내지 않고 고양이 모자의 이웃집 걸식을 지켜 보았습니다.
요즘 노순이는 새끼들을 훈련시키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해가 중천에 떠오르면 두 마리의 새끼를 우리집 뒤울안으로 데려옵니다. 어머니가 강낭콩을 까거나 마늘과 양파를 다듬는 평상에서 낮 시간을 보내다 해가 떨어져야 집으로 돌아갑니다. 낯을 가리는 새끼들은 내가 뒤울안으로 돌아서면 부리나케 평상 밑으로 몸을 숨깁니다. 노순이는 먹을 것을 내놓으라고 연신 조릅니다. 재순이는 개사료도 감지덕지 폭풍 흡입을 하지만 입이 짧은 노순이는 만난 것만 가립니다. 주꾸미 지짐 국물, 생선머리와 가시, 조개 국물, 망둥이 찌끄레기는 항상 노순이의 몫입니다. 비린국물에 밥을 말아 평상에 놓으면 녀석은 새끼들을 먹입니다. 집주인이 뭍에 나갔을 때 요기를 면할 수 있는 방법을 훈련시키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주인집에서 먹을 수 없다면 이웃집에서 빌어먹는 법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도도하던 노순이가 새끼들을 위해 현실주의자로 변했습니다. 날이 더워지면서 출입문과 부엌 샛문은 방충망으로 대신했습니다. 녀석들에게 우리식구 동선이 훤히 보이는 요즘입니다. 어느날 노순이가 만난 것을 내놓으라고 하도 졸라 어머니가 한 대 쥐어박았습니다.
“노순이가 삐쳤는지 주뎅이를 삐쭉삐죽하며 집으로 올라가더라. 꼭 내께 욕하는 것처럼”
이틀동안 두문불출하던 노순이가 다시 우리집에 나타났습니다. 노순이의 뻔뻔함이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어머니께 구박을 받아도 이제 한 귀로 흘릴 줄 압니다. 삐쳐봤자 자기 새끼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받아 들였습니다. 식사를 하는 우리 식구를 방충망을 통해 보며 노순이의 앙탈이 한층 심한 요즘입니다.
'대빈창을 아시는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랑구지가 타들어가다. (0) | 2018.08.16 |
---|---|
강남 간 제비는 왜 오지 않을까? (0) | 2018.08.08 |
귀토야생기(歸兎野生記) - 20 (0) | 2018.07.16 |
대빈창의 벽화 (0) | 2018.07.11 |
독살을 아시는가 (0) | 2018.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