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독살을 아시는가

대빈창 2018. 7. 5. 07:00

 

 

 

주문도발 오후 2시배가 아차도를 들러 볼음도에서 사람과 차량을 싣고 강화도 외포리항을 향해 뱃머리를 돌렸습니다. 시간은 대략 2시 20분경 안팎입니다. 볼음도 선창의 부속 건물들이 강렬한 햇살아래 하얗게 바랬습니다. 아차도에서 수리봉을 징검다리삼아 볼음도로 이어지는 송전탑이 키를 늘였습니다. 볼음도는 짙은 신록의 음영에 휩싸여 적막한 기운마저 감돌았습니다. 물때는 감(물이 완전히 빠져 30분 정도 멈춘 시점. 물이 완전히 차 30분 정도 멈춘 시점은 ‘참’)에서 다시 밀기 시작했습니다. 섬사람들은 ‘물이 돌아섰다’고 말합니다.

볼음도를 떠나는 삼보12호를 피사체로 잡은 지점은 주문도 구라탕입니다. 구라탕의 어원은 굴+바탕으로 주문도 주민들의 겨울한철 소득원인 자연산 굴 채취장입니다. 갯벌에 어지럽게 널린 사람 머리만한 돌에 달라붙은 패각을 좨로 쪼아 굴을 얻습니다. 한적한 바닷가의 돌투성이 갯벌에서 세 사람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아는이의 손님들은 물이 빠진 해안의 소라와 돌게를 잡겠다고 맨손어업(?)에 나섰습니다. 네 시간의 고된 작업 끝에 양동이 바닥에 깔린 수확물은 고작 삐뚜리(작은 바다 소라의 일종)와 손가락 크기의 몇 마리 새끼 돌게 뿐이었습니다.

이미지에서 나의 눈길을 끈 것은 둥그렇게 원을 그린 돌무더기였습니다. 할아버지는 주문도의 유일한 과수원인 호두밭의 주인이셨습니다. 오랜 병원생활로 뵌 지가 5년이 넘었습니다. 몹시 따뜻했던 어느 겨울, 할아버지가 굴삭기를 바다로 불러냈습니다. 제멋대로 바위해안에 널려있던 돌들을 둥그렇게 쌓아올렸습니다. 선조들이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안에 손으로 하나하나 돌로 쌓은 독살에 비해, 할아버지는 굴삭기로 21세기 돌그물을 만들었습니다. 물이 가장 많이 미는 유두와 백중 사리 때 발걸음을 했지만 돌울타리에 고기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씨가 마른 어족자원으로 원시적인 어로도구에 고기가 잡힐리가 없었습니다. 먼 훗날 농어, 광어, 병어, 밴댕이, 주꾸미, 꽃게, 돌게, 소라, 망둥어, 삼식이, 숭어, 우럭이 들 날이 올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습니다. 할아버지는 주문도 구라탕 해안에 ‘독살’을 만들었습니다. 책장의 『주강현의 우리문화기행 』(1997. 해냄)을 꺼냈습니다. 민속학자는 ‘황금조기’를 걷던 연못이라는 의미로 ‘독살’을 ‘황금연못’으로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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