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볼음도의 이팝나무

대빈창 2018. 6. 7. 07:00

 

 

 

옛날 경상도 어느 마을에 열여덟 살 착한 새 며느리가 살았습니다. 고된 시집살이를 묵묵히 순종하였지만 고약한 시어머니는 허구한 날 트집을 잡고 구박을 하였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며느리의 고운 심성에 동정과 칭송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집안에 큰 제사가 돌아와 며느리는 난생 처음 쌀밥을 짓게 되었습니다. 시집와서 잡곡밥만 지었던 며느리는 조상들께 드리는 제삿밥 뜸이 잘 들었나 밥알 몇 알을 떠먹어 보았습니다. 그때 부엌에 들어 온 시어머니가 제사에 쓸 메밥에 며느리가 먼저 손을 대었다고 갖은 학대를 했습니다. 며느리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뒷산에 올라 목을 매었습니다. 이듬해 며느리가 묻힌 무덤가에서 나무 한 그루가 자라더니 흰 꽃을 가득 피워 냈습니다. 그 후 동네 사람들은 이 나무를 이팝나무라 불렀습니다.

이팝나무 이름의 유래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이밥에 고깃국을 먹고 고래등 같은 기와집에 사는 것이 소원이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이밥은 ‘이(李)씨의 밥’이란 뜻으로 조선시대 임금이 하사한 흰 쌀밥을 말합니다. 또다른 유래는 이팝나무의 꽃은 입하(立夏) 전후에 피기 시작하므로 ‘입하나무’에서 ‘이팝나무’로 변했다고 합니다. 전북 일부 지방에서 ‘입하목’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이팝나무의 전설과 유래는 산림학자 이유미의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나무 백가지』와 나무박사 박상진의 『우리 나무의 세계 2』에서 발췌했습니다. 이팝나무의 이름이 꽃이 피는 절기에서 유래했다는 말은 이상기후로 인한 지구온난화현상으로 볼음도의 이팝나무와 맞지 않았습니다. 원래 이팝나무는 남쪽에서 주로 자라는 나무였습니다. 한반도가 점점 더워지자 청계천의 이팝나무도 아주 잘 자란다고 합니다. 남쪽의 이팝나무는 입하(立夏)에 꽃을 피우지만, 볼음도의 이팝나무는 소만(小滿)에 만개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이팝나무는 경남 김해 주촌의 천연기념물 제307호 나무입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팝나무는 일곱 그루로 당산나무나 신목(神木)으로 대접받고 있었습니다. 김포에서 태어나고 자란 저에게 이팝나무는 생소한 나무였습니다. 내가 처음 접한 이팝나무는 학창시절 잡았던, 권운상의 대하소설 『녹슬은 해방구』로 기억됩니다. 토벌대에 쫓기던 춥고 배고픈 지리산 빨치산이 산중에 만개한 이팝나무 꽃을 보고, 흰 쌀밥을 떠올리며 군침을 삼키는 장면이었습니다. 이팝나무의 꽃이 필 무렵은 지난해 거둔 양식은 떨어지고 보리는 아직 피지 않은 ‘보릿고개’ 시기입니다.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모내기에 내몰린 민중들의 눈에 이팝나무 꽃은 흰 쌀밥으로 보였습니다. 고단한 민중의 애환이 서린 이팝나무가 볼음도 마을 초입에서 모내기가 끝난 푸른 들녘을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근래 지은 정자가 예스러운 멋이 있어 보기 좋은 풍경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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