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귀토야생기(歸兎野生記) - 20

대빈창 2018. 7. 16. 05:24

 

 

 

14일(토) - 8물, 939mm, 06:03  / 15일(일) - 9물, 947mm, 06:51 / 16일(월) - 10물, 938mm, 07:36

 

단위농협 달력에 기록된 강화도 외포리 기준 물때표입니다. 연중 물이 가장 많이 미는 유두사리입니다. 사리 물때는 7물을 기준으로 삼지만, 실제 물이 가장 많이 미는 날은 9물입니다. 먼동이 터오자 저절로 눈이 떠졌습니다. 간편한 차림으로 선창에 나갔습니다. 다행히 바람이 잤습니다. 선창으로 향하는 도로가 월파벽에 바닷물이 찰랑거렸습니다. 바람이라도 일었으면 선창과 해안도로는 바닷물이 넘쳤겠지요. 6년 전 유두사리 때 저는 자연의 힘을 눈앞에서 보았습니다. 그날도 해안가 침수가 염려되어 섬을 한 바퀴 돌고 있었습니다. 대빈창 해변의 제방길 옹벽이 산더미같은 파도에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세찬 갈바람이 유두사리의 파도에 파괴적인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이른 아침을 먹고 대빈창 산책에 나섰습니다. 솔숲 야영 캠프장에서 좌측 제방으로 꺾어 들었습니다. 0. 5km 제방을 따라가면 한 굽이 바위 벼랑이 길을 막아섭니다. 삼태기 지형의 토진이 아지트입니다. 유두사리의 밀물이 정점에 이른 시각입니다. 바위덩어리를 쌓은 석축에 부딪힌 바닷물이 흰 포말을 제방위에 사납게 쏟아 붓고 있었습니다. 황토흙이 드러난 공터까지 바닷물이 침범하였습니다. 요즘 토진이가 여린 풀을 찾아 모습을 드러내는 곳입니다. 아! 토진이는 정말 영리한 녀석이었습니다. 제방 석축 공사를 하고 남은 큼지막한 돌 위에 올라앉아 자기의 먹이창고까지 들이닥치는 바닷물을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석축에 부딪혀 튄 포말은 토진이가 자리 잡은 바위 아래까지 흥건하게 적셨습니다. 토진이가 앉은 돌덩이 주위에 칡덩굴과 아까시 나무가 무성합니다. 녀석은 콩과식물 칡 잎과 아까시 잎을 뜯겠지요. 고맙게 휴대폰을 들이대도 녀석이 조각상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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