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우禹 임금도 어쩔 수 없다.

대빈창 2018. 9. 27. 07:00

 

 

 

중국 신화시대 하(夏)나라의 시조 우(禹) 임금은 황하의 치수를 잘한 덕에 순(舜)의 뒤를 이어 임금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현대판 우(禹) 임금이 주문도에 나타나도 어쩔 수 없이 담수를 바다로 쏟아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주문도(注文島)는 강화도의 부속도서로 면적이 4.31㎢밖에 되지 않는 작은 외딴 섬입니다. 주문도의 논 면적은 114ha 입니다. 자연부락 느리와 진말의 경계지점 고갯길의 주문도저수지 물은 진말 앞 벌판으로 흘러 내립니다. 저수지는 섬에 쏟아진 빗물이 고인 제방 밑 수로의 물을 거꾸로 퍼 올릴 수 있는 양수시설을 갖추었습니다.

올여름은 기상청 관측이래 사상 최악의 폭염과 가뭄이 지속되었습니다. 느리와 대빈창 마을을 마주보는 들녘은 60여 년 전 바다를 막은 간척으로 이루어진 다랑구지입니다. 대빈창 벌판은 37ha 입니다. 주민들은 풍부한 지하수를 이용한 관정으로 벼농사를 지었습니다. 끝없이 뿜어져 나올 것 같았던 지하수가 말라가면서 관정도 하나둘 무용지물이 되었습니다. 지하수가 마른 이웃섬 아차도는 상수도에서 짠물이 나왔습니다. 주문도 농민들은 더 이상 농업용 관정을 뚫을 수 없는 처지에 내몰렸습니다. 주문도의 지금까지 내린 강수량은 819mm 입니다. 다른 해에 비하면 오히려 풍족한 해였습니다. 위 이미지는 한 달 전 다랑구지 제방의 배수갑문과 봉구산의 빗물이 대빈창 해변으로 직접 흘러드는 시멘트 구조물입니다. 지난달 28. 29. 30 3일 동안 주문도에 238mm의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년중 강수량의 1/4을 넘는 많은 양이었습니다. 새빨갛게 타들어간 벼 끝이 폭우에 잠겨들었습니다. 저류시설이 없는 탓입니다. 농민들은 속수무책으로 아까운 빗물을 바다에 흘려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옛날 신발 장사꾼 두 아들을 둔 할머니가 있었습니다. 큰 아들은 짚신을 팔았고, 작은 아들은 나막신을 팔아 목에 풀칠을 하였습니다. 장마철이 돌아오면 할머니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개었다 비가 퍼붓고 언제 그랬나싶게 먹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추는 나날이 이어졌습니다. 할머니의 마음은 하루도 편하지가 않았습니다. 날이 들면 나막신을 파는 작은 아들이 걱정되었고, 날이 궂으면 짚신을 파는 큰 아들이 걱정되었습니다. 가뭄이 드나, 폭우가 퍼붓거나 대빈창 다랑구지 농부들의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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