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볼음도의 맛

대빈창 2018. 11. 12. 07:00

냉면그릇에 막 지은 흰쌀밥과 윤기가 흐르는 밴댕이회가 넉넉하게, 싱싱한 야채가 잘게 채 썰어져 올려 졌습니다. 밑반찬은 꼴뚜기젓과 마른 망둥어찜, 김장김치가 먹음직스럽습니다. 초고추장과 참기름을 듬뿍 숟가락에 따라 골고루 비볐습니다. 한숟가락 그득 입안에 넣자 아이스크림 녹듯 입안에서 사라졌습니다. 말그대로 꿀맛을 혀의 감각으로 느낍니다. 씹을 새도 없이 밴댕이회 비빔밥이 입안에서 살살 녹았습니다. 한그릇 뚝딱입니다. 글을 읽는 분들이 의아하게 생각하시는 것은 당연합니다. 찬바람이 시작되는 절기에 싱싱한 밴댕이회는 어불성설입니다. 강화도 밴댕이는 보리 여무는 무렵이 제철입니다. 제가 막 점심을 찾은 집은 볼음도 밥집 〈섬마을〉입니다.

주인장은 오뉴월 건강망에 든 밴댕이를 급속냉동시켜 비빔밥의 으뜸재료로 씁니다. 진짜 강화도밴댕이의 맛입니다. 알만한 사람은 알고 있지만 강화도 밴댕이는 물량이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남도의 냉동 밴댕이가 강화도 밴댕이로 둔갑하기도 합니다. 그 분들도 나름 자기의 음식 맛에 자부심을 갖고, 숙성 밴댕이의 깊은 맛을 자랑합니다. 국 그릇에 담긴 고기는 농어 새끼 깔때기입니다. 대파와 소금으로 간을 한 맑은 탕의 시원한 국물이 일품입니다. 싱싱한 밴댕이회에 군침이 돕니다. 밴댕이회 한 접시를 추가시킵니다. 고추냉이를 버무린 간장에 밴댕이회를 찍어 맑은 소주를 들이킵니다.

이미지는 〈섬마을〉의 보물창고 해산물 건조장입니다. 황세기, 조기, 망둥이, 숭어, 원지, 까나리······. 머리 위 미끼낚시가 솟아있는 아귀 한 마리가 원형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주인장의 깔끔한 성격이 그대로 묻어났습니다. 주인장의 건강망은 볼음도 영뜰해변에서 경운기로 30분 이상을 달려 나가야 만날 수 있습니다. 주인장은 볼음도 토배기가 아닙니다. 10여 년 전 맨손으로 볼음도에 들어와 그물 하나로 오늘의 밥집 〈섬마을〉을 일구었습니다. 성실하고 부지런한 이에게 자연은 아낌없이 베풀었습니다.

저는 귀한 손님이 섬을 찾으면 싱싱한 횟감을 대접합니다. 주문도에 사는 저만의 노하우입니다. 밥집 주인장께 이삼일전 예약을 합니다. 섬에서 광어나 농어는 kg당 2만원에 매매됩니다. 밴댕이나 병어, 가오리, 숭어······  등은 kg당 만원입니다. 회치는 비용까지 kg당 3만원을 지불하면 주인장의 깔끔한 성격이 드러난 선물세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스티로폼 박스에 초고추장, 고추냉이가 한옆에 놓였고, 싱싱한 회가 얼음팩에 둘러싸여 여객선 화물칸에 실려 전달됩니다. 볼음도에서 주문도까지 배 시간은 고작 20여분입니다. 저는 집에서 마늘과 상추만 준비하면 손님의 입이 떡 벌어지게 마련입니다. 손맛이 뛰어난 밥집 안주인은 〈꼬모치킨〉도 겸업하고 있습니다. 모내기를 하다 이앙기를 잠시 멈추고, 벼를 베다 콤바인 시동을 잠시 끄고, 섬사람들은 양념반·후라이드반 치킨이 곁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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