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숲 보기, 읽기, 담기
지은이 : 전영우
펴낸곳 : 현암사
책 판형이 가로 153 X 세로 196으로서 신국판과 국판 크기의 중간 형태를 취한 새로운 판형이다. 부피도 200쪽이 채 되질 못하고, 종이의 질도 재생지를 사용해 일반도서보다 훨씬 가벼워 휴대하기에 편리하다. 이 책은 제호처럼 숲을 읽고 보고 담을 수 있게끔, 저자의 숲과 나무에 대한 산 경험에서 우러나온 무한한 애정을 쏟은 에세이라 독자들이 책을 들고 직접 숲으로 들어가게끔 출판사의 배려가 편집과 장정에 묻어있다. 자고로 실용서는 이렇게 만들어져야 한다는 본보기를 보여주는 것 같다. 내가 산림학자인 저자를 처음 만난 것은 10여년전 안팎이다. 직장동료가 생일 선물한 학고재간 '나무와 숲이 있었네'가 지은이와의 첫 인연이었다. 그후 나는 저자의 글에 매료되었고, 더 나아가 숲과 나무, 이땅의 산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지금 내 책장에는 저자의 책을 포함한 고규홍, 강판권, 차윤정 등 산림에 관계된 책이 10여권 쌓여있다. 하지만 몇년전 지은이의 건강이 악화되었다는 사실을 어느 글에서 접한 후로 안타깝게도 더이상 저자의 책을 볼수 없었다.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나는 출간된지 5년이 지난 이 책을 구입했다. 아마! 이땅의 나무와 숲에 대한 애정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저자가 나무와 숲의 신비한 영성으로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니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궁핍한 보릿고개 시절부터 알아주지도 않는 이땅의 산림학 기초를 닦고, 기둥을 세우느라 불철주야 노력했는데 그 열매가 맺자 아쉽게도 현장에서 한발 물러나 있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하긴 이것이 세상일의 순리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저자의 오감을 통한 사계절 숲을 즐기고 가슴에 담은 개인적 체험을 독자들이 실제 숲을 즐길수 있도록 매뉴얼로 꾸려졌다. 즉 숲에서 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고, 색깔을 감상하고 더 나아가 숲과 대화하라고 일러준다. 나는 이런 의미에서 행운아다. 그것도 인공림이 아닌 자연림이 바로 집뒤에 자리잡고 있다. 해발 146m의 봉구지산이다. 나는 아침에 기상하면 곧장 숲길로 들어선다. 바로 숲길에서 눈두덩에 둘러붙은 잠부스러기를 털어내며 산정으로 향한다. 비가 퍼붓지않는 이상 나의 순례는 계속 될 것이다. 산정에 올라서면 다도해처럼 여기저기 작은 섬들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걸음을 재촉하는 나의 숲 순례는 30여분만에 끝난다. 숲은 청신한 피톤치드(공기중의 세균, 곰팡이를 죽이는 해로운 곤충활동 억제물질)와 테스펜(식물체 조직속의 정유물질)으로 나를 환영한다. 숲은 소나무와 참나무 류가 주종이다. 봄에는 생강나무와 개복숭아꽃이 좋고, 가을에는 찔레와 초피나무 열매가 눈을 즐겁게 한다. 나의 집 뒤울안은 바로 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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