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700년간 강화는 제2의 수도였다

대빈창 2009. 12. 20. 09:00

 

 

책이름 : 700년간 강화는 제2의 수도였다

지은이 : 이재광, 김태윤

펴낸곳 : 중앙일보사시사미디어

 

불온면, 금원리, 이섭성, 소도, 다리미``````. 책을 잡다 내 눈에 잡힌 잘못된 이름들이다. 이섭성은 갑곳돈대 안의 정자인 이섭정의 오기(誤記)다. 그리고는 하나같이 지명이다. 책을 읽어 나가면서 나도 모르게 고개가 갸웃거린다. 이 책은 '잊혀진 역사이야기'라는 스토리텔링 기법의 강화도 역사 기행문인데, 고유명사인 지명에 오기가 부지기수로 나타난다. 출판사의 실수인가. 아니면 저자의 안일함인가. 이 책이 자랑하고 있듯이 이 땅의 인구 중 절반이 집결된 수도권의 유일한 미개발 지역. 산과 강, 바다와 갯벌을 볼 수 있는 환경과 생태가 살아있는 땅을 찾는 답사객들의 손에 쥐어질 책의 성격상 무책임의 도가 지나친 것은 아닐까. 초판 1쇄가 한달 전에 찍혔다. 다음 인쇄시 정확한 지명을 찾아주는 것이 독자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여기서 불온면은 불은면으로 즉 이 책에 인용된 심도기행의 저자 화남 고재형이 태어나고 자란 현재의 면 이름이다. 금원리는 금월리가 맞겠고, 소도는 내가 거주하는 서도를 말한다. 그리고 다리미는 장어구이집이 밀집된 바닷가 자연부락 마을 이름인 더리미가 맞다. 펴낸이와 펴낸곳을 보니 강화군과 중앙일보사시사미디어 공동 간행이다. 의심쩍다. 교정 작업에 문화관광 분야의 군 공무원이 참가했더라면 이런 오류는 쉽게 차단되었을 것이다. 혹시 불량한 녹취를 그대로 옮겨적어 일이 터진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 책은 3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은 '강화, 역사의 문신을 새기다'로 강화천도 39년과 조선 시대의 피난처 그리고 근대 제국침략기의 5진7보53돈대를 소개하고, 2장 '섬 길마다 꽃피운 문화유산'에서는 '지붕없는 박물관'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섬 곳곳에 산재한 문화유산을 둘러보고, 3장 '하늘 아래 이런 땅이 또 있는가?'에서는 강화도의 특산물을 소개한다. 하지만 첫 인상에 강화도의 고유지명부터 틀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이 책의 못난 점이 곧잘 나의 눈에 뜨였다. 석모도 보문사를 찾으면서 필자는 극락보전이 고풍스럽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어림없는 소리다. 정말 필자가 보문사를 찾았는지부터 의심스럽다. 보문사의 창건연대는 신라 선덕여왕대로 알고 있지만 그 시대의 유물은 한 점도 없다. 고작해야 석굴사원의 나한상이 조금 세월의 때를 묻혔을 뿐이다. 지금 절 내의 전각들은 하나같이 페인트 화공약품 내를 물씬 풍길 뿐이다. 그런데 고풍스럽다니. 그리고 교동도를 찾으면서 석모도보다 약간 작은 섬이라고 소개한다. 석모도 분들이 들으면 헛기침을 하고 교동도 분들이 들으면 어이없어 헛움음이 나올 지경이다. 정말 이 책이 '현재와 앞으로의 강화도를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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