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팔레스타인의 눈물
지은이 : 수아드 아미리외
엮은이 : 자카리아 무함마드, 오수연
펴낸곳 : 도서출판 아시아
작가 오수연은 내게 단편적인 인상으로 남아 있었다. 고작해야 몇 편의 단편소설을 문학상작품집에서 읽었을 뿐이다. 그것도 꽤나 먼 세월의 저편이었다. 작가는 오히려 내게는 섹시한 이미지로 깊에 각인되어 있었다. 어디선가 본 사진은 깊게 등을 숙인 옆모습에 슬쩍 비낀 눈빛이 도발적이었다. 나는 기억을 되살리려 이상문학상작품집을 뒤적거렸다. 하지만 작가의 사진은 없다. 아마! 다른 문학상작품집에서 보았던 모양이다. 돌연 십여년만에 작가의 이름을 접하면서 나는 그 사진을 떠올렸던 것이다. 나는 시간이 날때마다 '풀꽃평화연구소' 사이트를 방문하는데 올초에 팔레스타인 난민 구호성금 포스터가 떴다. '팔레스타인을 잇는 다리'의 회원으로서 작가 오수연이 모금에 앞장서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작가는 한국작가회의 이라크반전평화팀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렇다. 이스라엘은 작년 말부터 올 초까지 20여일 동안 가자지구에서 학살을 저질렀다. 팔레스타인 사상자는 8천명, 이스라엘인은 20명에 지나지 않았다. 그때 모금이 있었구나. 대중매체와 거리가 먼 나는 별 생각없이 지나쳤다. 그래서 이 책의 출판사가 '아시아'였고, 작가 오수연이 글을 엮었고, 작가 전성태가 기획진행을 맡은 거였구나.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이 책은 고난의 땅인 팔레스타인의 현지작가 9명의 '분노와 증오를 희망으로 승화시키려는 몸부림"의 문학적 기록 11편이 실려있다. 이중에서 나는 하싼 하데르의 '현실의 파편과 유리조각'을 가장 감명깊게 읽었다. '이성이 마비된 개인적 순응이 참된 애국심으로, 질 낮은 본능으로 퇴행한 집단적 추종이 완전무결한 민족주의로 오도된다.'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이다. 그것은 이땅의 현실에서 목도할 수밖에 없는 비참한 현실 때문이다. 약자에 대한 배려는커녕 승자독식이라는 피도 눈물도 없는 가치가 판을 치는 곳, 가난한 자들은 성장, 개발 논리에 밀려 갖은자들에 고용된 용역깡패에 얻어맞고 한겨울에 거리에 나앉아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만 되는 목불인견의 이 땅. 가진자에 대한 저항은 테러리스트로 몰려 불에 타죽어 땅에 묻히지도 못하고 냉동고에 갇혀있는 땅. 순응하지 않는 자는 빨갱이가 되고, 가난한 자에게 저주를 퍼붓는 이 땅. 이 책을 읽어 나가면서 이스라엘의 학살에 저항하는 팔레스타인의 턱도 없는 소총과 돌팔매질을 보면서 80년대의 민주화 투쟁을 떠올리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물고문으로 죽은 박종철, 최루탄의 직격탄에 죽은 이한열, 입에 담기도 뮛한 성고문의 권인숙. 팔레스타인에서는 현재진행형이다. 유대인의 아우슈비츠 경험은 팔레스타인에서 가해자로 타락했다. 비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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