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작은 것이 아름답다
지은이 : E F 슈마허
옮긴이 : 이상호
펴낸곳 : 문예출판사
이제야 알겠다. 이 땅의 대표적 환경운동단체인 녹색연합의 기관지 제호가 '작은 것이 아름답다'인 것을. 당연히 실천적 경제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슈마허의 대표 저작인 이 책의 표제를 따 온 것이다. 나는 몇년 전부터 환경생태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풀꽃평화연구소'을 후원하는 초보 생태주의자를 자처하고 있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환경론자의 경전이라 할 이 책을 이제야 잡았다. 물론 여기서 '경전'이라는 어마어마한 의미부여는 내 마음대로 붙인 것이다. 80년대 민중의 혁명적 열기로 이 땅이 달아오를 때 젊음은 누구나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저작에 빠져 들었다. 그러나 현실 사회주의는 자본주의 전일적 승리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전체주의, 국가주의라는 탈을 쓴 사회주의(?)라고 한쪽에서는 폄하했지만, 굴욕적인 패배는 인류의 희망이 무너진 것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사회주의를 패퇴시킨 자본주의는 전세계 구석구석 착취와 수탈의 마수를 제 세상 만난 것처럼 신이 나서 뻗었다. 그것을 글로벌, 세계화라고 부른다. 아류 제국주의 탈을 쓴 한국도 앞날이 구구장창 열려 있다고 이 땅의 기득권은 환호작약했다. 바로 그 모습이 이라크, 아프카니스탄에 대한 파병이다.
그런데 웬걸 인류가 유일하게 발붙이고 선 지구라는 행성이 뜨거워지다 못해 인류공멸이라는 전대미문의 재앙이 눈앞에 들이 닥쳤다. 하긴 이 사실을 애써 외면하는 부류들이 더 많은 것은 사실이다. 아니 술에 취한 디오니소스가 축제를 벌이듯 그들은 풍요롭다 못해 넘쳐나는 상품에 현혹되어 눈에 백태가 끼어 볼수가 없다. 그 축제가 죽음이라는 그림자를 더욱 짙게 만든다는 사실을. 지구를 뜨겁게 만든 장본인인 선진국들은 개도국의 산업발전을 막고, 개도국은 선진국이 방해할 자격이 없다고 서로 멱살을 움켜쥔다. 이것이 교토의정서가 발효되기에 애를 먹고있는 본질이다. 중국이나 인도도 지구자원을 약탈하는 무한경쟁에 뛰어든 것을 바로 '아시아의 무서운 발전'이라고 말한다. 경제성장은 바로 지구의 파멸을 앞당기는 바로미터라는 사실을 자각한 환경생태주의자들에게 이 책은 경전인 셈이다. 환경위기에 대해 인류를 각성시킨 슈마허의 선구적 업적으로 이 책은 환경운동사에서 최초의 전체주의적 사상가로 저자를 부각시켰다.
제법 부피가 있는데다 전문적인 경제학 용어로 독자의 눈을 피곤하게 만들지만, 인류의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은 꼭 잡아야 될 책이다. 이 책이 강조하는 것은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체제로 쉽게 말해서 사람이 자본을 섬기는 현대경제를 벗어나 자본이 사람을 섬기는 경제사상을 역설한다. 즉 '저개발의 빈곤'이 아닌 '선진국의 풍요'가 지구의 미래를 위해서는 이 시대의 척결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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