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만들어진 신 / 신은 위대하지 않다
지은이 : 리처드 도킨스 / 크리스토퍼 히친스
옮긴이 : 이한음 / 김승욱
펴낸곳 : 김영사 / 알마
리처드 도킨스는 이 땅에서도 대중적 명망성이 높은 베스트셀러 작가다. 아마 그 명성은 '이기적 유전자'와 '만들어진 신'에 기대는 바가 클 것이다. 30년 전에 발간되었지만, 여적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기적 유전자'는 '진화의 단위는 집단이나 개체가 아니라 유전자'라는 주장을 담은 과학서이고, '만들어진 신'은 유신론자의 인격신 개념에 대한 부정을 세속주의적 무신론자의 입장에서 펼치고 있다. 반면 '신은 위대하지 않다'는 종교의 폭력성과 야만성을 신의 속성에서 찾아 신과 함께 하는 인간은 평화와 행복을 찾을 수 없음을 논증한다. 즉 호교론자들에게 반론의 빌미를 주지 않는 정공법을 택한다. 무신론적 관점에서 종교(신)을 비판하는 스타일이 잽을 던지고 원투 스트레이트를 먹이는 아웃복싱이라면,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안으로 파고들어 어퍼컷을 올리는 저돌적인 인파이터라는 얘기다. 책의 표제는 아마! 이라크 국기의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역설적으로 비꼬았을 것이다.
21C의 재앙은 종교의 반인간적 악행으로 시작되었다는 말은 참이다. 즉 현재의 지옥같은 지구상의 전쟁은 대부분 종교전쟁인 것이다. 도대체 일거수일투족, 아니 두뇌 속 생각까지 꿰뚫어보는 신 앞에 무릎 꿇린 나약한 인간이 이런 무자비한 악행을 저질러 인류사회를 도탄에 빠뜨리는 어불성설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일례로 9·11 테러와는 아무 연관도 없는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를 불지옥으로 만든(물론 석유메이저인 부시 정권이 석유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침공이었지만) 아들 부시는 이렇게 말했다. '신으로부터 이라크를 침공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여기서 리처드 도킨스는 이렇게 신의 부재를 비꼰다. '딱하게도 신은 그곳에 대량살상무기가 없었다는 계시는 내려주지 않았다.'고. 현재 미국의 기독교 신자는 50%에 육박하고 있다. 이러다가 기독교 신정국가를 선포하게 될 날이 크게 멀지 않았다는 우려가 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상상만해도 끔직하다. 인간이 유일하게 살 수있는 지구라는 별 자체를, 화석연료를 마구 태워 지구온난화라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 일보직전까지 내몬 제1의 당사국이 신정국가가 된다면 그 폐해는 다름아닌 인류의 공멸일 것이다. 그것은 현재 기독교 광신주의자들의 행태는 그들이 믿는 신을 그대로 닮았기 때문이다. 자신을 믿지 않는 자식은 영원히 불지옥에 처박는다는 협박 앞에 공포에 질려 어쩔 수 없이 무릎 꿇린 나약한 인간. 내가 너무 정곡을 찔렀는가. 하긴 시인 강제윤의 말대로 신앙은 그래서 죽음을 파는 쇼핑몰로 전락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리처드 도킨스와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감하지 않는다. 그것은 또 다른 인간중심주의로 오늘날의 오만한 산업문명을 배태시켰기 때문이다. 즉 자연을 이용 수단으로 전락시켜 기후변화로 인류공멸이라는 대재앙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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