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농부와 산과의사
지은이 : 미셀 오당
옮긴이 : 김태언
펴낸곳 : 녹색평론사
이러다가 지구상에 한국인이라는 종족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무슨 소린가 하면 출산율 저하에 대한 소위 '애국자'라는 사람들의 근심스런 탄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하긴 그들은 기득권 세력으로 갖은 자에게 있어 '천국'인 이 땅이 자손만대 무궁무진하리라는 소망대로 당연한 근심인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나 같이 결혼에 시큰둥한 사람은 '매국노'라는 웃지못할 핀잔을 듣고 있다. 심하게 말하자면 국가주의자들인 그들에게 한 인간으로서의 인권은 고사하고, 존속을 위한 부품이 되라고 강요아닌 강요가 판치는 이 땅이다. 얼마전 대중매체가 비명을 내지른 숫자는 1.04인가 그렇다. 자칭 진보주의자인 내게는 출산율 저하가 생활 그 자체의 어려움에서 기인한다고 보는데, 배부르다 못해 고상한 형이상학에 빠진 그들은 관념(?)적으로 한 개인의 이해관계 유무로 오해하고 있다. 간단하게 얘기해서 이 땅은 OECD 국가중 미국 다음으로 빈부격차가 심하다.(한국의 기득권층은 사대주의를 넘어서 숭미주의에 빠진 줏대없는 족속들인데 어쩌면 빈부격차마저 따라가려 기를 쓰고 있는 것처럼 내게는 보인다.)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도대체 농부와 산과의사가 무슨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농부는 유기농업을 시작했는데, 아직 산부인과는 산업화된 출산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을 말한다. 하긴 자식은커녕 결혼도 안한 내가 산과의사가 쓴 출산에 관한 책을 잡은 것도 문제가 있다. 언젠가 말했듯 나는 '녹색평론사'라는 출판사를 편애한다. 그러기에 책 내용을 살펴보고 선별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구입부터 하고 본다. 그만큼 나는 눈에 콩깍지가 단단히 꼈다. 저자 미셀 오당은 임상경력 40년의 베테랑 산과의사로서 우리 시대의 인권출산 전도사로 불린다. 그는 산모의 태내와 출산 그리고 첫돌까지의 건강이 평생의 건강을 결정짖는 다는 가치관의 소유자답게 자연분만율 96%를 기록하고 있다. 늦게나마 그는 국내에도 초청되어 산부인과 의사와 간호사들을 상대로 특강을 열어 인권출산 개념을 확산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제왕절개 수술이 40%를 넘어서고 임신 여성에게 초음파 검사를 가장 많이 하는 이상한 나라 대한민국. 어쩌면 저자의 말대로 이것은 문명화된 징표가 아닌 '새로운 재앙'일지도 모른다. 20대의 자살율이 세계1위라는 부끄러운 수치의 비밀은 여기에서 비롯된 것일수도 있다. 즉 조산원이 아기를 받는 서유럽의 자연분만은 아기에게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고, 제왕절개라는 메스 수술은 공격 본능을 키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마디로 저자의 메시지는 '출산을 치유함으로써 지구를 치유하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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