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9월이여, 오라
지은이 : 아룬다티 로이
옮긴이 : 박혜영
펴낸곳 : 녹색평론사
책씻이를 마치자마자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온다. 하마터면 이 소중한 책을 나의 인생에서 그냥 흘려보낼 뻔 했다. 나는 그런대로 책을 잡는 편이라고 스스로 수긍하지만, 온라인 서적에서 책을 구매하면서 대략 10여권중에 1권은 뜻하지 않은 내용으로 실망을 하게 된다. 그런데 오늘 잡은 책처럼 별로 기대치 않았던 책읽기에서 크게 감동을 받는 날은 나의 삶에서 며칠이나 될까. 녹색평론사에서 출간된만큼 재생지를 사용해 책은 가볍고 누렇게 바랜 색을 띠고 있다. 또한 문고판이라 아담하다. 2004년도에 초판이 출간되었으니, 벌써 만 5년이 되었다. 지은이 아룬다티 로이가 1997년 그의 첫 소설인 '작은 것들의 신'으로 그 유명한 부커상을 수상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나는 얼치기 생태주의자로서 출판사를 너무 편애하는 관계로 무조건 책을 구입하고 책장 한켠에 모셔두고 있었다. 그런데 과한 책욕심으로 신간을 자꾸 사들이다보니, 볼품없는 판형으로 한 구석에 처박혀있는 이 책에 애처로운 눈길이 닿은 것이다. 아마 나는 당분간 철지난 책들을 되새김질할 것이다.
위에서 나는 지은이의 첫소설을 소개했는데, 그 소설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저자의 유일한 소설로 남아있다. 대부분의 제3세계 작가가 영어권에서 빅히트를 치면 미국이나 유럽에 터를 잡고 화려한 문단생활을 영위하는데, 아룬다티 로이는 여적 뭐하느라고 아직 소설을 쓰지 않았을까. 그 답은 작가가 몹시도 싫어하는 말 자신을 호칭하는 '작가-활동가'에 담겨있다. 우리말로 하면 '사회운동가'라 할수 있다. 아룬다티 로이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같은 위기의 시대에 한가롭게 소설을 쓸 수 없다.'고. 그렇다. 작가는 그동안 미국의 군사적 신보수주의와 경제적 신자유주의라는 유사 이래 최고, 최대의 불량국가에 맞서 필력을 휘들렀다. 반갑기 그지없다. 이 땅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믿고 있듯이 미국은 '자유의 수호자', '정의의 사도'가 아닌 '제국주의적 테러국가'라는 본질을 알기쉽게 우리에게 일러주니, 나같은 불온한 사람은 박수를 치며 감동을 받지 않을수 있겠는가. 단순한 통계숫자가 그것을 말해준다. 미국의 국방비는 전 세계의 50%에 육박한다. 간단히 말해서 아프카니스탄, 이라크 선제침공은 석유에너지 확보가 목표인 것이다. 내가 보기에 아룬다티 로이는 더이상 소설을 쓸 수없을 것만 같다. 그것은 일본의 평론가 가라타니 고진이 말한 '근대문학의 종언'과 일맥상통한다. 문학이 그동안 짊어져온 역사적 책무를 기꺼이 집어던진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이 땅에도 아룬다티 로이같은 작가 겸 사회운동가가 있다. 그들은 내가 좋아하는 최성각과 김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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