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나쁜 사마리아인들
지은이 : 장하준
옮긴이 : 이순희
펴낸곳 : 부키
시대가 거꾸로 흘러간다. 불온도서. 도대체 몇십년 만에 들어본 소리인가. 귀가 의심스럽다. 80년대 초반. 광주학살로 정권을 찬탈한 쿠데타 세력은 뒤가 몹시도 가려운지 전가의 보도를 꺼내 들었다. 그렇다. 전통성은 커녕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기도 뭐해 아예 뽑아버린 머리가 빛나는 자를 우두머리로 한 그들은 레드콤플렉스에 찌든 이 땅의 가련한 정신지체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이 땅에서 '사상의 자유'는 여적 헌법의 구색을 맞추는 곁다리로 전락했다. 그때 마르크스나 엥겔스, 레닌의 저작은 모두 금서였다. 소위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에 접근하는 것조차 불허했던 것이다. 하긴 뒤가 구릴수록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그러나 강제로 접근을 불허할수록 궁금증은 더해지기 마련이다. 그때 젊음은 기를 쓰고 그 무시무시한 국가보안법 이적 표현물 소지죄를 두려워하면서도 금서를 탐닉했다. MB정권이 눈에 불을 켜고 시대착오적인 빨갱이 사냥에 혈안이 된 빌미(?)가 그 시절 벌써 만들어졌던 것이다. 사상적 면에서 이 정권은 '잃어버린 10년'이 아닌 2 ~ 30년을 후퇴한 반동적인 경직성을 여실히 지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아닌 말로 물고문과 성고문만 등장하면 완벽한 5공 정권의 재현이라는 자학적인 소리마저 들리겠는가. 하지만 솔직히 나는 국방부의 터무니없는 용기에 손바닥에 불이 나도록 박수를 치고 싶다. 즉 이 땅의 1년 평균 1권 이하라는 한심한 독서 수준에 국방부가 충성심을 발휘하여 '노이즈마케팅'을 펼친 것이라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10년 동안 제대로 된 극우사상의 충성심에 목이 마를대로 마른 국방부가 알아서 패착을 둔 것이다. 독서욕을 북돋우기 위한 국방부의 고도의 전략(?)에 힘입어 이 책은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역사학자 한홍구의 저작들도 연이어 낙양의 지가를 올리고 있는 중이다. 그 책들은 바로 '특강'과 '대한민국 史' 시리즈다.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친 안타까운 지식인들의 항변이 한쪽에서 들린다. '왜 내 책은 불온도서가 아닌가. 제대로 좀 읽어라.' 그들은 바로 우석훈과 진중권이다.
이 책의 제호인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바로 경제선진국인 부자나라를 말한다. 그들은 IMF, 세계은행, WTO라는 사악한 삼총사로 개발도상국의 경제를 완전 거덜냈다. 그리고는 신자유주의 무역정책만이 그들이 살길이라고 꼬신다. 그런데 전 세계는 신자유주의(금융자본주의)가 불러온 파국에 휩싸였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미국이나 EU를 비롯한 선진국들은 사회복지 분야을 늘리는 긴축정책을 펼치는데, 이 땅은 녹색성장으로 역주행하면서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고 호들갑이다. 정말 그럴까! 토목건설이 온 국토를 헤집는 개발에 녹색을 붙이는 누추함이 가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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