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바닷물 에고, 짜다
지은이 : 함민복
그린이 : 염혜원
펴낸곳 : 비룡소
책 판형이 아주 예쁘다. 195 X 195로 정사각형이다. 내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정확한 책 판형을 모르겠다. 아마! 어린이용 동시집으로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판형을 찾은 폅집진의 고민의 산물일 것으로 짐작된다. 한눈에 보아도 바다 속 복어들이 배를 부풀리고 있다. 뒷표지를 보니 배를 부풀린 복어 3마리가 부리나케 어딘가로 줄행랑을 치고있다. 나는 녀석들을 유심히 보면서 슬며시 입가에 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그것은 며칠전 본소에 들렀다가 여성 동료가 한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어제 TV '낭독의 발견'이라는 프로에서 함민복 시인을 보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몸이 많이 불었더라." 그랬다. 시인은 가창력하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동갑내기 가수 이은미의 '맨발로 詩를 읽다.'에 초대되어 '눈물은 왜 짠가'라는 시를 낭독했다.
'친구 ○ ○ ○에게 늘 바다처럼 푸르게 깊게 살자 2009. 여름 함민복' 책갈피를 넘기자, 시인의 자필서명이 나타난다. 시인은 고맙게도 책이 출간되자마자 볼음도를 찾았다. 나는 오후 2시배로 볼음도에 닿아 만수형네 들르니, 시인이 편한 차림으로 마당 평상에 앉아 신문을 뒤척거렸다. 시인은 아침배로 외포리를 출발했으니, 오전 10시 반경에 만수형네 도착하여 점심을 먹고 오후 망중한으로 나를 기다렸을 것이다. 볼음도 만수형과 시인의 인연은 이렇다. 올 2월이었던가. 봄을 재촉하는 겨울비가 오락가락하는( 이건 순 TV 일기예보의 표현이다. 낙도의 겨울비는 오히려 을씨년스러움을 넘어 괴기스럽기까지 하다.) 날로 기억된다. 글이 머릿속에서만 빙빙 돈다고, 어디 좀 조용한 곳에서 이틀간 머리를 식히고 싶다고 부탁하여, 나는 미리 볼음도에 건너가 민박집을 예약했다. 첫밤은 시인과 술을 나누며 같이 묵고, 다음날 나는 거주하는 옆섬 주문도로 건너왔다. 다음날 본도에 일이 있어 아침배를 타니 볼음도에서 시인이 승선한다. 그리고 만수형의 사람 좋음을 침이 마르게 칭찬한다. 쉽게 얘기해서 시인의 부실한 몸이 안타까운지 형은 토종닭에 참옻을 직접 구해 푹 삶아주었다나. 참옻의 힘인지 어떤지, 시인은 3개월간 포털사이트 다음에 에세이를 무사히 연재하고, 이번 출간된 동시집을 들고, 다시 볼음도를 찾은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는 만났다하면 불문곡직하고 술잔부터 나눈다. 그래도 볼음도에서 환경에 관심을 기울이는 좋은 선후배를 만났으니, 시인의 복이리라. 거두절미하고 시인은 올해 책 두권을 더 내야 한다. 어머님의 병환으로 출판사와 계약을 맺었으니, 자세한 이실직고는 다음 기회로 미룰 수밖에. '바닷물 에고, 짜다'에는 시인이 바닷일을 하면서 만난 생물들에 대한 동시 43편이 실려 있다. 표지 그림에 등장하는 물고기는 '졸복'이다.
나는 화가 나면 배를 공처럼 부풀린다/나는 겁이 나도 배를 공처럼 부풀린다/그러면 내 배보다 큰 입 가진 고기 없어/나를 못 잡아먹지 내 이름은 졸복이야
나는 복, 복, 복, 복 울어서 졸복이다/나는 독,독, 독, 독이 있어 독복이다/나는 커 어른이 되어도 졸복이다/우리는 대장이 없고 다 졸복이다
p. s 막 출간된 동시집을 들고 먼 섬까지 찾아 온 시인과 술 한잔 나눈 일이 벌써 1년6개월이나 되었다. 그 이후 시인의 삶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러기에 이 글은 꽤 오래묵은 묵정지같은 냄새를 풍긴다. 서둘러 시간에 바랜 이 '되새김글'을 '다음 view'에 올린다. 그리고 자꾸 뒤처지는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를 손에 잡는다. 거기서 시인의 최근 근황을 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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