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 클럽

대빈창 2009. 6. 6. 09:11

 

책이름 :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 클럽

지은이 : 박민규

펴낸곳 : 한겨레출판

 

2003년 문단에 걸출한 괴짜가 출현했다. 그것은 바로 소설가 박민규가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우연이겠지만, 모두 8회 수상작가로 문학동네신인상은 '지구영웅전설'을, 한겨레문학상은 바로 이 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 클럽'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내가 알기로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한 신인작가의 두 편의 장편소설이 한 해에 연거푸 두 개의 문학상을 거머쥔 것은. 몸에 걸친 액세서리도 특이하다. 두 권의 책 앞날개에 지은이 소개란을 펼치니 스키장에서나 어울릴 법한 커다른 고글을 썼거나, 프로야구 감독의 표정을 감추기 위한 짙은 선글라스로 작가는 눈을 가려 얼핏 표정을 짐작할 수 없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하지 않던가. 어디로 튈지 알수없는 작가 특유의 종횡무진 질주하는 입담과 상상력을 표징하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아무튼 기존 문단의 틀을 단숨에 뛰어넘는 기묘함으로 작가는 독자의 뇌리에 깊숙이 각인되었다.

1982년 이 땅에 프로야구가 탄생한다. 나는 그때 젊은 혈기를 방탕한 술주정과 주먹질로 소일하고 있었다. 전해에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을 저돌적으로 가로막은 아버지 덕택에 그 울분을 고작 술기운을 빌려 행패를 부렸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어두컴컴한 복도와 기분 나쁘게 삐거덕거리는 나무판자가 깔린 경찰서의 복도를 지나서 유치장에서 술내를 풀풀 풍기는 것이 그 시절 나의 일과였다. 그러면 눈물범벅이 된 어머니가 찾아와 사죄를 하고 벌금형을 받고 풀려나곤 했다. 대학 등록금의 몇배나 되는 벌금을 근 2년동안 충실하게 납세하는 막내아들의 젊은 객기에 질린 아버지의 허락으로 나는 개갈 안서는 삼수생이 되었다. 그때 세상이 모두 꼴같잖게 보일 때 탄생한 프로야구 6개 팀 가운데 나의 연고지 팀은 하필이면 슈퍼맨이 로고로 그려진 '삼미 슈퍼스타즈'였다. 그랬다. 나의 기억으로도 철강을 생산하던 모 그룹의 회장이 야구광으로 어려운 기업 형편에도 프로야구단을 창단한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그 팀은 열번 싸우면 아홉 번은 깨지는 승률 1할2푼5리를 자랑하는 도깨비 팀이었다. 지구가 멸망하기까지 미국, 일본, 한국 아니, 전세계 프로야구 모든 팀이 도저히 깨뜨리기 어려운 기록들을 남발했다. 하지만 작가는 이 시대의 열패자인 1할의 승률에 허덕이는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필요 이상의 세계에 인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럴까. 연이어 터지는 집단자살이 이 땅의 몰골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시간이 묵은 책들이라 포인트가 높아 구입하였는데, 전혀 아깝지 않은 감동을 독자에게 선사한다.

'책을 되새김질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느리게 사는 사람들  (0) 2009.07.17
바닷물 에고, 짜다  (0) 2009.06.14
텃밭백과  (0) 2009.05.21
지구영웅전설  (0) 2009.05.04
죽음의 밥상  (0) 2009.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