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대빈창 2009. 11. 10. 11:19

 

책이름 :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지은이 : 황지우

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시인 황지우를 나는 7,80년대 군사독재 시대를 정면돌파한 지식인으로 알고있다. 그러나 그의 시집을 이제야 잡았다. 그것도 '83년에 출간된 시인의 첫 시집을. 나는 지금도 단순하지만 그 시절에는 강도가 더욱 심했다. 모더니즘보다는 리얼리즘 시를 찾는 취향에 있어서도. 60년대의 대표 시인도 김수영보다는 신동엽을. 그리고 80년대 민중시 계열에서도 황지우보다는 김지하의 시집을 뒤적거렸다. 요즘 김지하의 행태는 크게 마실 간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황지우는 묵묵히 후세대를 키우고 있었다. 그런데 돌연 시인이 매스컴 바람을 타고, 전면에 등장했다. '공금 유용, 근무지 이탈, 교육과정 부실 운영' 등. 문화부의 감사 결과 나타난 한예종 총장으로서의 시인의 비리(?)였다. 그럴리가. 하긴 촌놈이 팔뚝에 완장을 차다보니 보이는 게 없기 마련이다.(진중권식 어법이다) 유인촌 문화부장관의 요즘 목불인견의 행태를 알고있는 사람은 다알고 있다. 확 까놓고 얘기해서 문화계의 진보성향 기관장을 모조리 솎아내는 마녀사냥의 앞잡이라는 것을. 양촌리 촌놈이 너무 큰 감투를 쓴 것임에 틀림없다. 그 충섬심을 그는 이렇게 표현했다. '지난 1년간은 이걸 정비하는데 모든 역량을 쏟았다.'고. 그렇다. 참여정부에서 임용된 창비 발행인이었던 김윤수, 대표적 민중화가 김정헌의 뒤를 이은 수순이었던 것이다. 나는 혈압이 오를 수밖에 없다. 현재의 나의 의식형성에 있어 이 분들의 영향은 가히 전부라고 말할 수 있다. 즉 80년대 민중예술 분야의 각 영역에서 고난을 무릅쓰고 이 땅에 진보적 성향의 예술이 뿌리내리는데 크게 공헌한 분들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역사는 곧장 앞으로 나가지 않는다. 80년대 군사독재정권 시절 군홧발 밑에서 설설기거나, 아첨을 떨었던 인물들이 권력이라는 칼날을 쥐고, 마구 휘두르는 부아가 치미는 세상이 도래했다.

'잃어버린 10'년의 진면목은 이렇다. 도대체 이 땅에 진보와 보수라는 구분이 가당키나 한 것인가. 실제 우리 역사에 진보와 보수의 대립이 있었던가. 내가 보기엔 수구꼴통과 민주화에 대한 양심세력이라고 말해야 옳다. 일제강점기 이후 친일파 정권과 군사독재 밖에 더 있었던가. 그리고 턱없이 보수라고 불리는 수구세력이 IMF를 불러왔고, 고작 잃어버린 10년(?) 세력(자유주의자들)은 그 난관을 극복하는데 기를 쓰지 않았던가. 이것이 사실이지 않은가. 하긴 이 땅의 현실을 보며 매카시는 무덤 속에서 땅을 치고 통곡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극단적 반공주의자인 그가 너무 일찍 미국에서 태어난 것을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전 국토가 병영화된 기형적인 남한 땅에서 못 태어난 것이 무덤 속에서도 원통할 것이다. '빨갱이'를 족치는 국가보안법이 여전히 두눈 부릅뜨고 살아있는 나라. 그러기에 완장 찬 문화부 장관이 '대한뉘우스'를 복원시키고, 스크린을 나는 새들처럼 시인은 스스로 완장에게 사표들 던졌다. 슬프다. 이 땅의 삶은 어떻게 보면 치욕이다. 알아서 기어라. 병영 국가에서는.

 

p. s 시간은 흘러 문화체육부장관에 정병국 의원이 임명되었다. 하지만 나는 눈꼽만치의 관심도 없다. 타락한 도덕성에 빛나는 인물들이 뻔뻔스럽게 장관이라는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는 조국이 부끄럽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기, 위장 전입, 병역 기피 등 하나같이 민중의 밥통을 빼앗은 자들이 나라를 이끌어가겠다고 거들먹거린다. 현 정권의 장관들은 위 세가지 목록에서 하나같이 치명적인 약점의 소유자들이다. 그리고 입만 벌리면 '경제'를 떠들어댄다. 그렇다면 도덕성이 타락할수록 경제적 능력(?)이 뛰어난 것인가. 이 땅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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