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그림 보는 만큼 보인다

대빈창 2009. 12. 24. 08:34

 

이름 : 그림 보는 만큼 보인다

지은이 : 손철주

펴낸곳 : 생각의 나무

 

옛 사람들 식으로 표현하자면 '1책2권'중 이 책은 1권에 해당한다. 여기서 2권은 당연히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가 되겠다. 두권의 책은 출판사 '생각의 나무'에서 '우리가 아직 몰랐던 세계의 교양' 시리즈로 재출간되었다. 나의 책장에는 10년전에 효형출판에서 간행한 2권과 양장본으로 새로 꾸민 개정판의 1권이 어깨를 마주대고 꽂혀있다.

 '그림 보는 만큼 보인다'는 몇년전 같은 출판사에서 '인생이 그림 같다'라는 제호로 출판된 것을, 절판된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와 시리즈로 새로 출간한 것이다. 그러기에 나의 책장에 자리한 한 형제의 두권의 책은 볼썽사납게 이복형제처럼 보인다. 양장본이 아닌 평범하게 제본된 신국판의 출판사가 다른 두권의 책이거나, 아니면 재간행된 양장본 형제 시리즈라야 아귀가 맞을 법한데, 10여년 저쪽의 출판사가 다른 무덤덤한 2권과 세련되게 양장본으로 재간행된 1권이 서로 어깨를 겯고 있는 꼴이다. 하긴 이책은 여러번 온라인 서적의 시장바구니에 던져졌다가 물리거나를 반복하다가 용케 나의 손에 들어왔다.

그것은 순전히 대중적 미술서에 대한 나의 편집증적 독서욕에 기인한다. 언제인가 말했듯이 나는 한 저자의 책을 집중공략한다. 미술서는 학고재와 예담에서 번갈아 출간되는 저자 이주헌이 주인공이다. 이책의 저자는 그러기에 나의 미술 분야에 대한 지적 호기심에서 부차적이 될 수밖에 없다. 어쨌든 저자는 한 신문사의 문화담당 기자에서, 내가 한때 문화에 대한 지식욕의 수원지로 삼았던 학고재의 주간으로 활동하고 있다. 책을 탐하는 나의 관심 분야와는 좀 핀트가 맞지 않는 모양이다.

나는 몇년전부터 생태환경 분야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싫은 소리 하나. '우리가 아직 몰랐던 세계의 교양' 시리즈라고 거창하게 이름 붙였지만, 뒷날개의 시리즈 목록을 살피니, 문화 예술 분야의 절판된 책들의 재출간물이 너무 많다. 이런 것을 두고 '소문난 잔치 먹을 것이 없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글머리가 엉뚱하게 잡히더니, 군소리로 글을 맺게 되었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되었고, 46개의 챕터로 이루어졌다. 그중 '백면서생의 애첩 - 연적'을 읽다가, 나는 먼 국민학교 시절로 되돌아갔다. 잘 알다시피 연적은 예전 벼루에 먹을 갈때 쓸 물을 담던 선비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문방도구였다. 그 연적이 우리집에 전해오던 내력은 잘 모르지만, 지금 생각하면 분명 '청화백자포도연적'이었다. 그때 선생님은 집에 있는 옛날 물건들을 가겨오라고 했다. 명분은 학교박물관 전시 물품이었다. 그시절 연적의 진가를 볼 줄아는 안목은 주위에 없었고, 박물관 건물은 아예 중동무이되었고, 이제야 눈이 트인 나는 아쉬움을 달랠수밖에. 포동송이와 잎사귀가 양각된 코발트색 연적은 누구 손을 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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