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철들지 않는다는 것

대빈창 2010. 1. 2. 12:24

 

 

책이름 : 철들지 않는다는 것

지은이 : 하종강

펴낸곳 : 철수와영희

 

나는 앞서 저자의 산문집인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아직 희망을 버릴 때가 아니다'를 소개했다. 두권의 책이 이 땅의 열악하기 그지없는 노동현장에서 단련된 진짜 노동자들의 삶과 눈물겹기 그지없는 현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독자에게 슬라이드처럼 보여 주었다면, 이 책은 부제 '하종강의 중년일기'가 말해주듯 운동권의 가슴 저미면서도 사람냄새 물씬나는 저자의 삶의 한 단면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방송인 김미화가 표사에서 말했듯이 노동운동하는 사람은 늘 긴장하고 경직되어 그 이미지가 딱딱하다는 것이 이 땅의 보편적인 이미지인데, 상상만해도 온 몸에 소름이 돋는 끔직한 고문을 당한 사람답지 않게 저자는 부드럽기 그지없다. 피와 살이 튀길 수밖에 없는 이 땅의 중세적 노동탄압을 현장에서 맞서면서도 저자의 인간을 바라보는 따듯하고 온화한 시선이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부드러움은 가족에 대한 사랑에서도 여지없다. 중학생 락 밴드 기타리스트인 아들을 위해, 비싼 티켓을 구하기 위해, 라디오 프로그램에 사연을 응모하여 아들 앞에 아빠로서의 면목을 세운다. 폭우가 쏟아지는 공연장에서 아들과 함께 원초적 열정을 맛보고, 집으로 돌아와 20년도 더 된 세운상가에서 구입한 백판을 들으며 회상에 잠긴다. 이 공연의 메인무대는 그 유명한 '딥 퍼플'이 장식한다. 그렇다. 80년대 초반, 나도 한때 헤비메탈에 광적으로 몰입한 적이 있었다. 대표적인 그룹이 'Led Zeppelin'과 'Deep Perple' 이었다. 하지만 나는 현장에 발을 디디면서 그들을 버렸다.그 시절 분위기는 살벌했고, 거기에 맞게 자신을 다그쳤다. 이제는 말할 수 있는 시절이다. 그러기에 저자가 자신의 일상을 홈 페이지에 '중년일기'라는 제목으로 기록한 것이 바로 이 책 '철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일관되게 30년동안 한눈한번 팔지 않고 이 땅의 약자인 노동자 편에서 노동상담을 하고 있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듯이 지은이는 죽을 때까지 그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진짜 사람'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세상의 인간을 두 종류로 구분한다. '다른 사람의 불행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인간과 그렇지않은 인간으로.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온전히 던져 본 인간과 그런 경험이 전혀 없는 인간으로.' 나는 지금도 지은이와 다른 차원에서 고집을 부리고 있다. 그것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철 좀 들라'는 말이다. 나는 그 말을 구역질을 참고 아부하거나 협잡하라는 소리로 듣는다. 그런 나의 반골기질이 때론 지나쳐 주위사람들에 민폐를 끼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최소한 더러운 세상에 고개 숙일 생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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