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내가 가장 착해질 때
지은이 : 서정홍
펴낸곳 : 나라말
서정홍 시인. 나는 한번도 본적이 없지만, 시인의 글을 접한 지가 벌써 20여년이 되었다. 그리고 고비를 겪고 나의 삶이 변화를 맞을 때마다 시인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시를 나는 이번 시집을 통해 처음 접했다. 약력을 보니 그 흔해빠진(?) 58년 개띠다. 내가 왜 이런 소리를 하느냐면, 예전에는 나이가 위면 많은 관계에서 대접을 받고, 면피를 했다. 즉 사회생활을 하면서 서로 통성명을 할 때 자주 보질 않을 사람이면 나이를 몇살 올려 말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제일 흔하게 써먹던 연배가 바로 58년 개띠였다. 괜히 외우기가 쉬웠다. 아마! 우리말에 '개'가 들어가면 나쁜 의미로 쓰였던지라 잘 외워졌을 것이다. 그리고 그 또래에서는 제일 흔한 띠였다. 요즘 말로 하면 베이비붐 세대인 것이다. 글이 또 딴 길로 빠졌다. 시인은 현재까지 각각 3권의 동시집과 시집을 내었는데, 첫 시집의 표제가 '58년 개띠'로 시인도 그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시인은 자랑스럽게 수상경력을 약력에 내세웠는데, '90년 제1회 마창노련 문학상과 '92년 제4회 전태일문학상 수상이 그것이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여기서 '마창노련'은 마산창원지역 노동조합연맹을 가리킨다. 물론 민주노동조합이다. 그시절 '87년 노동자대투쟁을 거치면서 이 땅의 노동자는 변혁세력의 핵심계급이라는 역사적 임무를 자각한다. 그 열매로 전노협, 즉 전국노동조합협의회가 결실을 맺는다. 그 전노협이 발전적으로 해체하여 결성한 것이 현재의 '민주노총'이다. 그리고 문학에도 박노해, 백무산 등의 노동문학이 전면에 대두하면서 현장 노동자가 직접 창작의 주체로 나선다. 바로 지역 노동자문학회다. 내 책장에는 공장에 들어가면서 손에 잡았던 책이 한권 남아있다. '90년 개마고원에서 출간된 '노동자문예운동'이다. 이 책에 서정홍의 생활글 '내가 글을 쓰게 된 까닭은'이 실려있다. 현장시절 나는 문학적 소양은 개뿔도 없으면서 턱없이 '전태일문학상'에 응모했다. 솔직히 보수언론이 주관하는 신춘문예가 눈에 들어 올리가 없었다. 야근에 지친 눈을 부비며 지하방에서 소설을 긁적이던 한 때였다. 전태일문학상수상작품집을 매년 구입하면서 '떡 줄 생각도 없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고 당선소감을 얼마나 투쟁적으로 그릴까 턱없는 고민도 했었다. 현재 나는 낙도에 들어와 얼치기 생태주의자로, 소멸되어 가는 이 땅의 토종작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녹색평론을 정기구독하면서 시인의 생태에세이를 만나고, 이 시집을 구입했다. 표제시는 이렇다. 이랑을 만들고/흙을 만지며/씨를 뿌릴 때/나는 저절로 착해진다. 그렇다 이 시처럼 생명의 고양을 돈이 아닌 기쁨으로 받아 들일때 죽어가는 이 땅은 살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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