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메고 길나서다

울릉도-독도를 다녀오다

대빈창 2018. 10. 11. 07:00

 

 

10. 2. 울릉도 가는 길은 멀었다. 삼보12호 주문도발 강화도 외포행 오후 2시배에 승선했다. 군내버스로 강화여객자동차터미널에 닿았다. 영등포행 88번 버스에 올랐다. 인원부족으로 일산에서 출발하는 셔틀버스는 취소되었다. 절기 따라 낮이 짧아졌다. 이른 해가 떨어진 영등포역 앞은 네온사인으로 불야성을 이루었다. 역 맞은편 미로처럼 엉킨 먹자판 골목은 사람들로 북새통이었다. 치킨과 맥주로 저녁을 때우고, 잠자리에 누웠다. 몸은 무거웠지만 여행을 앞둔 기대감에 마음이 부풀었다.

새벽 2시. 눈이 떠졌다. 영등포 신세계백화점앞 두레관광버스에 올랐다. 새벽 3시. 30명의 울릉도 여행객을 태운 버스는 시동을 걸었다. 길거리 취객들의 고성을 뒤로 하고 시청, 잠실을 거쳐 서울을 빠져 나왔다. 새벽 6시 평창휴게소에 섰다. 차에서 내리자 으슬으슬 춥다. 한기를 막기에 바람막이 한겹으로 부족했다. 8℃였다. 평창은 험준한 강원 산속의 소읍이지 않은가. 깊고 넓은 바다의 울릉도는 해양성기후로 좀 더 따뜻할 것이다. 백두대간을 넘어 동해로 향하는 새벽길은 안개 군단이 장악했다. 강릉에 도착하자 식당으로 향했다. 버스일행은 음식을 주문할 기회가 미리 차단되었다. 군말 없이 미리 차려진 순두부 백반으로 아침을 먹었다. 강릉항여객터미널에서 여행사가 매표한 승선권을 받았다. 승선권이 낯익었다. 서해 섬의 항구나, 동해의 여객항이나 배표의 이미지는 똑같았다. 멀미약을 챙겼다.

8시 20분. 강릉항 출발. Sea Star 5호는 2층이 우등석, 1층은 일반석이었다. 강릉바다는 너울성 파도가 심했다. 먼 바다로 나설수록 롤링이 심할 것 같았다. 의외로 몸의 적응성이 놀라웠다. 망망대해의 수평선은 움직일 줄 몰랐다. 황정민의 「국제시장」과 이병헌의 「그것만이 내 세상」을 반쯤 보니 울릉도 저동항에 도착했다. 시간은 11시 30분이었다. 각 여행사의 가이드들이 피켓을 들고 자기 손님을 찾았다. 세월호 노란리본이 그려진 배지를 건네받았다. 첫발을 딛는 울릉도와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서해 외딴섬에서 찾아 온 나그네를 울릉도 항구의 수령 350년 된 후박나무가 맞아주었다.

울릉도는 유인도 4개, 무인도 40개의 섬으로 이루어졌다. 신생대 화산작용에 의해 형성된 오각형 모양의 화산섬이다. 면적은 72.56㎢으로 우리나라에서 아홉 번째로 큰 섬이다. 해안선 길이는 56.5㎞이고, 묵호에서 161㎞ 떨어져있다. 울릉읍, 서면, 북면으로 구성되었고, 인구는 만여 명이다. 여행사의 호명관광 합승버스로 울릉도의 중심가인 도동항으로 이동했다. 울릉도의 역사와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버스기사의 입심이 셌다. 모텔 숙소에 여장을 풀었다. 일회용 세면도구가 없다. 전기차 충전소가 보였다. 울릉도는 천혜의 생태환경을 보전하느라 나름대로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점심은 백반이었다.

첫날 오후 울릉도 관광은 육로관광 A코스였다. 신항인 사동항, 통구미 몽돌해변과 거북바위, 남양항 사자바위, 예림원, 천부항. 버스기사의 울릉도 자랑이 끊이지 않았다. 화산섬 울릉도는 쌀 한 톨도 생산하지 못했다. 3대 밭농사 작물은 나물, 호박, 더덕이었다. 울릉도는 섬 전체가 화산체로 평지가 없고 해안은 바위 절벽으로 이루어졌다. 평지가 없는 섬에서 자투리땅도 그냥 내버려두지 않고 밭농사를 지었다. 해안도로에 연이은 절벽에 밧줄이 늘어져있었다. 농부들이 밧줄을 타고 올라가 농사를 짓고, 수확한 농작물은 철선 케이블카로 끌어내렸다. 농사가 서커스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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