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씨앗 혁명

대빈창 2019. 2. 22. 07:00

 

 

책이름 : 씨앗 혁명

지은이 : 시카이 노부오

옮긴이 : 노희운

펴낸곳 : 형설라이프

 

유럽이 산업혁명의 급속한 발전을 이룬 배경에 감자가 존재했다. 아일랜드 인구는 1754년 320만명에서 1845년 820만명으로 급증했다. 90년만에 인구가 두배 반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1845년 ~ 1849년까지 맹위를 떨친 감자 전염병으로 사망자가 150만명, 배고픔을 못이겨 신대륙 이민자 150만명이 발생했다.

20세기 들어 등장한 공기압 타이어로 자동차 사회가 도래했다. 신대륙 원산지인 고무나무는 타이어라는 형태로 바뀌어 현대사회의 근간을 떠받쳤다. 21세기는 합성고무 시대지만 두가지 분야에서 천연고무를 따라 잡을 수 없었다. 고도 1만m 이상 상공의 영하 50 ~ 60℃의 저온과 착륙시 연기가 날 정도의 고온을 버티는 비행기 타이어와 0.03mm의 얇기를 유지하면서 핀홀의 존재나 사용 중 파손을 절대 허용하지 않는 콘돔이다.

초콜릿의 원료 카카오콩(cacao bean)은 카카오나무 열매 안에 들어있는 씨앗이다. 하지만 카카오콩은 분류학상 콩과에 속하지 않는다. 네덜란드 화학자 쿤라트 반 호텐은 1828년 니브(카카오 열매)를 갈아 만든 카카오 매드에서 카카오 버터 2/3를 짜내는 방법을 고안해 코코아 가루 제조법으로 특허했다. 이는 과자 초콜릿을 탄생시켰다.

세계 각지에서 재배되는 고추의 매운 맛을 내는 타바스코, 헝가리산의 파프리카, 매운 맛이 전혀 없는 피망 등 2,000여종의 변이종은 모두 멕시코가 원산지인 아늄종의 사촌이다. 헝가리의 농학자 에르노 오페르마이어가 교배와 선별로 1945년 부드러운 맛이 나는 파프리카 신품종을 개발했다. 헝가리 농무부는 파프리카 씨앗을 국가 기밀에 준하게 엄격하게 관리하여, 외부인이 씨앗을 손에 넣을 수 없었다.

‘세계의 담배왕’ 제임스 뷰캐넌 듀크는 파리만국박람회(1867년)에 출품된 궐련을 자동으로 말아주는 기계에 주목했다. 이 기계는 1분동안 200개의 궐련을 말았으며 그 속도는 수작업공 50인분에 해당됐다. 듀크는 기계를 대여해 시가레트 숫자에 따라 사용료를 지불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그후 듀크는 기업흡수와 매수를 통해 1900년대 미국의 담배 시장을 석권했다.

지금껏 원종이 야생에서 발견되지 않은 작물은 옥수수가 유일하다. 현대 사회의 소, 돼지, 닭 등 육류의 엄청난 소비량을 떠받치는 것은 옥수수였다. 배합사료 전체를 통해 이용되는 곡물 중 옥수수가 50%를 차지했다. 현대 사회에서 고기를 먹는다는 사실은, 그 몇 배에 해당되는 옥수수를 소비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에 첫 발을 내디딘 날은 1492년 10월 12일이다. 그렇다면 콜럼버스는 신대륙을 발견한 것인가? 그 시대 아메리카에는 많은 수의 인디언이 찬란한 문명을 일구며 살고 있었다. 콜럼버스는 한갓 침입자에 불과했다. 일본 식문학자 사카이 노부오가 저술한 책은 신대륙에서 유럽으로 건너 간 감자, 고무, 카카오(초콜릿), 고추, 담배, 옥수수 등 여섯 가지 작물 씨앗의 흔적을 더듬었다. 이 씨앗들은 유럽문명과 세계 역사를 바꿔 놓은 ‘문명의 씨앗’이었다. 하지만 신대륙은 식재료 공급 기지로 전락했고, 대대수의 원주민은 강제 노동에 동원되어 비참한 삶 끝에 죽음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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