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얼굴

대빈창 2019. 2. 28. 07:00

 

 

책이름 : 얼굴

지은이 : 이재무

펴낸곳 : 천년의시작

 

1시집 『섣달 그믐』(청사, 1987) / 2시집 『온다던 사람 오지 않고』(문학과지성사, 1990) / 3시집 『벌초』(실천문학사, 1992) / 4시집 『몸에 피는 꽃』(창비, 1996) / 5시집 『시간의 그물』(문학동네, 1997) / 6시집 『위대한 식사』(세계사, 2002) / 7시집 『푸른 고집』(천년의시작, 2004) / 8시집 『저녁 6시』(창비, 2007) / 9시집 『경쾌한 유랑』(문학과지성사, 2011) / 10시집 『슬픔에게 무릎을 꿇다』(실천문학사, 2014) / 11시집 『슬픔은 어깨로 운다』(천년의시작, 2017)

 

시인은 자연인으로 갑년甲年을 맞았고, 어느덧 시력 35년이 쌓였다. 책은 시력을 중간 결산하는 시선집이었다. 지금까지 펴낸 11권의 시집에서 각각 9 ~ 14 시편을 선별했다. 그리고 2012년 제27회 소월시문학상 수상작 중에서 3편을 뽑아 모두 121편이 실렸다. 이어 유성호 문학평론가의 해설 「기억과 유목, 서정과 구체성의 사이를 가로질러- 이재무의 시사적 의의」, 문학평론가 유성호, 김춘식, 이형권, 홍용희의 특별좌담. 문학평론가들은 시인을 ‘마지막 농촌공동체의 서정을 안고 동시대의 담론을 경험에서 끌어올려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절친 후배 시인 김선태의 ‘인간 이재무론’이라 할 수 있는 「소탈하고 솔직담백한 시인」, 그리고 시인 연보로 끝을 맺었다.

시집을 손에 잡기 시작한 지 고작 10여년이 지났다. 좋은 시들을 많이 접하지 못했다는 조급증(?)은 시선집을 목말라했다. 한 시인의 대표시를 집중해서 접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이재무 시인. 나의 짧은 안목으로 이 땅에서 시 잘 쓰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시인이었다. 그동안 나는 표제시에 매료되어 제6시집 『위대한 식사』를 잡았을 뿐이다. 책씻이를 하니 시인의 대표시를 섭렵했다는 위안으로 훈훈했다. 시인이 대학을 다니던 시절은 인문대생도 쉽게 정교사 2급 자격증을 딸 수 있었다. 시인은 대학시절 무크지 『민중교육』에 교사 채용 비리를 고발하는 글을 써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교사가 못 된 시인의 고달픈 서울살이가 시작되었다. 출판사 편집자, 학원 강사, 대학 보따리 시간 강사 등. 마지막은 시인의 시론詩論을 짐작할 수 있는 「시」(24쪽)의 전문이다.

 

새끼 꼬듯 살다 간 죽은 엄니의 / 생애 매듭 매듭을 / 눈물 많은 서정으로야 / 다 쓸 수 있겄냐 // 시장통의 악다구니 / 껌 씹으며 어둠을 파는 / 저 창녀의 마지막 남은 순정 이야기 / 은유나 상징으로만 쓸 수 있겄냐 // 사월의 타는 진달래 / 핏빛 오월의 하늘 / 곱디고운 언어로만 쓸 수 있겄냐 // 사금파리 즐비한 세상 / 맨발로 걷는 이에게 바치는 / 노래가, 청승만 떨어서야 어디 쓰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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