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지은이 : 임솔아
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나는 날씨를 말하는 사람 같다. // 봄이 오면 봄이 왔다고 비가 오면 비가 온다고 전한다. // 이곳과 그곳의 날씨는 대체로 같고 대체로 다르다. 그래서 날씨를 전한다. // (······) // 종종 착한 사람 같다는 말을 듣는다. // 못된 사람이라는 말과 대체로 같고 대체로 다르다. // 나의 선의는 같은 말만 반복한다. 미래 시제로 점철된 예보처럼 되풀이해서 말한다. // 선의는 잘 차려입고 기꺼이 걱정하고 기꺼이 경고한다. 미소를 머금고 나를 감금한다. // 창문을 연다. 안에 고인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을 창밖으로 민다. // 오늘 날씨 좋다.
한 구절을 따와 시집의 표제로 삼은 「예보」(16 ~ 17쪽)의 부분이다. 2013년 등단한 시인의 첫 번째 시집으로 4부에 나뉘어 48 시편이 실렸다. “어렵지 않기에 해설을 붙이지 않았다”고 시인은 말했다. 발문·표사 등 다른 이의 글은 일체 찾아볼 수 없는 시집이었다. 뒷 표지의 글에서 마지막 구절이 여운은 남겼다.
젠더, 나이, 신체, 지위, 국적, 인종을 이유로 한 모든 차별과 폭력에 반대합니다.
마지막 시 「빨간」(122 ~ 124쪽)은 시인의 아픈 상처가 배어있다. 시인은 고교를 중퇴하고, 23살에 검정고시를 보기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혼자 글을 쓰며 살았다. 습작시절, 시를 배우던 이에게 큰 상처를 입었다. 시인은 시집을 내면서 출판사와 두달 여 간의 논의 끝에 계약서에 성범죄 관련 조항을 명시하는 사례를 만들었다. 시인은 말했다.
“(성추행 방지 조항을 넣은)시집 계약서가 제 개인 뿐 아니라 모든 문인에게 적용되는 표준 계약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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