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바다맛 기행 2
지은이 : 김준
펴낸곳 : 자연과생태
해양학자 김준이 〈자연과생태〉에서 펴낸 『바다맛 기행』 시리즈가 책장에서 사이좋게 어깨를 겨누고 있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맛의 문화사’라는 부제를 단 세 권의 책은 바다 문화사였다. 1권이 밥상에서 마주 대하는 바다 생물의 이야기라면, 2권은 더욱 다채로워진 바다맛의 향연을 담았다. 3권은 바다생물, 어민의 삶, 바다맛의 기원이 되는 바다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었다.
삼치 / 고등어 / 갈치 / 대하 / 꽁치 / 꽃게 / 개불 / 망둑어 / 도루묵 / 꼬막 / 도치 / 방어 / 간재미 / 대게 / 홍합 / 새조개 / 도다리 / 조기 / 강달이 / 뱀장어 / 자리돔 / 농어 / 갑오징어 / 우뭇가사리·불등가사리·참풀가사리 / 갯장어 / 우럭 / 바지락
2권에 등장하는 바다생물이다. 책을 읽어나가다 나도 모르게 이 구절에서 고개를 주억거렸다. 꽃게의 어원은 곶해(串蟹)로 등딱지 좌우에 날카로운 꼬챙이가 2개 있다. ‘곶’은 꼬챙이의 옛말이다. 개불은 개의 성기를 닮았다고 붙인 이름이었다. 간재미는 홍어목에 속하는 여러 가오리를 총칭하는 말이다. 가오리류의 특징은 꼬리 좌우에 막대기 모양으로 달린 2개의 생식기였다. 도다리나 넙치 등 가자미류도 치어일 때는 눈이 양쪽에 제대로 달렸다. 자라면서 몸 한쪽을 바닥에 붙이고 다녀, 눈이 한쪽으로 나란히 몰리게 되었다.
서해의 작은 외딴섬에 정착한 지 10여 년을 훌쩍 넘겼다. 섬 생활은 바다와 인연을 쌓는 세월이었다. 관음도량 보문사가 자리한 석모도의 관문은 외포항이다. 강화읍을 떠나 외포항이 가까워올수록 국도 주변은 꽃게전문집이 즐비했다. 20여년전 허름한 시골집 한 채에서 시작된 꽃게탕이 주말이면 도시인들을 꾸역꾸역 불러들이는 맛집의 도화선이었다. 어느 시인은 낚시에서 탈출한 지 3초도 안 돼 다시 무는 고기가 망둑어라고 말했다. 시인은 분명 ‘강화도시인’ 함민복 시인이었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시인의 첫 산문집 『눈물은 왜 짠가』에 소개되었다. 김포에 살던 고교시절, 나는 망둥이 낚시를 강화대교 위 바닷가마을 더리미로 원정을 왔다. 미끼가 마땅치않으면 호박꽃을 짠물에 적셔 비비거나, 모래밭에 지천으로 널린 손톱만한 조개 알맹이를 미끼에 달아 대나무 낚시를 던졌다. 손 쉴 여유없이 망둥이가 딸려 올라왔다.
3년 전 겨울, 강원 고성의 거진항에서 맛본 도치알탕의 맵싸한 맛이 떠오르는 요즘 추위다. 도치알탕은 묵은지의 새콤함과 시뻘건 국물의 얼큰함,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도치 알의 식감, 3박자가 어우러지는 절묘한 겨울 진미였다. ‘바라만 봐도 좋은 바다의 팔등신’으로 소개된 농어라면 나는 거인에 비견될만한 산 농어를 만났다. 13년전 여름이 한창일 때 나는 주문도에 첫발을 디뎠다. 며칠 지나 뻘그물에 든 14kg의 농어는 키가 장정만 했고, 꼬리 지느러미가 땅에 질질 끌린 대물이었다. 찬바람이 부는 계절이 돌아오면 나는 연붉은 살의 대방어를 찾았다. 하지만 나만의 소소한 기쁨도 이제 놓아야겠다. 방어는 회유성 연안 어류로 그 일부는 일본 후쿠시마 앞바다까지 진출했다.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연쇄폭발은 인류가 만든 최악의 독성물질 풀루토늄을 태평양에 쏟아 부었다. 플루토늄은 반감기가 2만4,000년으로, 1g만으로 우리나라 인구 전부를 폐암으로 사망시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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