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지은이 : 이기호
펴낸곳 : 문학동네
「최미진은 어디로」는 중고나라 사이트에 올라 온 ‘무료증정’이란 딱지와 ‘병맛’이란 평에 꼭지가 돌아, 판매자 ‘제임스 셔터내려’를 직거래로 만나는 소설가. 손에 넣은 소설 면지에 서울 합정의 한 카페에서 출판사가 마련한 독자모임에서 ‘좋은 인연’이라고 쓴 친필사인을 발견한다. 판매자는 사인 도서의 주인공인 최미진의 옛 남친이었다.
「나정만씨의 살짝 아래로 굽은 붐」은 용산참사에 동원된 두 대의 크레인 중 과적단속에 걸려 현장에 못 간 운전기사 나정만. 소설가는 직접 만나 진술을 휴대폰으로 녹취했다. 옥신각신 다툼 끝에 아이폰은 작살나고, 소설을 쓸 수 없다는 무력감에 우는 소설가.
「권순찬과 착한 사람들」은 변두리 아파트 정문 건너 도로면 야산에 비닐을 깔고 1인 시위를 하는 권순찬. 아파트 주민들은 근린애로 십시일반 칠백만원을 모아 권순찬에게 전달하나 거절당하면서 눈에 가싯거리가 되었다.
「나를 혐오하게 될 박창수에게」, 「오래전 김숙희는」은 남편을 살해한 김숙희에 대한 두 편의 연작. 한결같이 환대하고 성실한 남편 김준수를 수치심 때문에 살해하게 된, 부끄러움이 살인의 동기였다.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는 고향 P읍의 사립 고등학교 물리교사 종수는 두달 째 사귀는 같은 학교 여친 윤희와 말레이시아 교원연수를 떠났다. 윤희가 이슬람으로 개종하자, 고향 은혜교회를 같이 다니던 선배인 대학 시간강사 강민호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한정희와 나」는 초등학교 시절 아내를 맡아 키워 주었던 ‘마석 엄마· 아빠’의 손녀 한정희를 아무런 조건 없이 맡아 키운다. 정희가 학교 폭력의 가해자로 학폭위가 열렸다. 정희의 부끄러움없는 태도를 보며 나의 환대는 깨졌고, 못할 말을 내뱉고 만다.
책은 한국 소설에서 블랙유머를 가장 탁월하게 구사하는 이야기꾼 이기호의 신작 소설집으로 2018년 제17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인 「한정희와 나」를 비롯해 7편의 작품이 실렸다. 7편의 작품은 각각 최미진, 나정만, 권순찬, 박창수, 김숙희, 강민호, 한정희라는 흔하고 촌스러운 이름의 인물이 등장한다. 소설집의 주제라 할 수 있는 ‘환대’에 대해 작가의 문제의식은 마지막 작품에서 이렇게 자문했다.
“이렇게 춥고 뺨이 시린 밤, 누군가 나를 찾아온다면, 누군가 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면, 그때 나는 그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그때도 나는 과연 그에게 손을 내밀 수 있을까?”(27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