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 이야기
엮은이 : 이현주
펴낸곳 : 삼인
무위당 장일순(1928 - 1994)은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추구한 사상가였다. 산업화가 가져온 환경파괴를 비판한 생태주의, 약육강식·적자생존·승자독식의 무한경쟁을 극복하는 공동체 사상을 이 땅에 일군 선구자였다. 『너를 보고 나는 부끄러웠네』, 『나락 한알 속의 우주』, 『좁쌀 한 알』, 『나는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였다는 것을』,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 이야기』. 내 방 책장의 무위당에 관련된 책들이다. 하지만 선생의 저작은 단 두 권뿐이었다. 『나락 한알 속의 우주』와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 이야기』. 선생은 독재 권력의 끝없는 핍박을 받았다. 자신의 글이 다른 이들에게 정치적 구속을 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선생은 글보다 삶을 더 소중하게 생각했다.
“30년 독서여정의 정점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스스로 대견했다.” 한문학자 김혈조가 옮긴 〈돌베개〉에서 펴낸 3권짜리 『열하일기』를 잡고 긁적거린 리뷰의 마지막 구절이었다.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 이야기』를 책씻이 하고나니, 독서여정의 두 번째 고비를 넘는 심정이었다. 그만큼 나에게 마음 속 울림이 큰 책이었다. 책은 무위당 장일순 선생이 삶의 말년에 제자인 관옥(觀玉) 이현주 목사와 노자 『도덕경』에 대한 대화를 풀어 쓴 것이다. 무위당 선생의 또다른 애제자는 『녹색평론』의 발행인·편집인 김종철이다. 후원하고 정기구독하는 격월간지 생태환경잡지를 잡다, 책에 얽힌 뒷얘기를 접하게 되었다. 통권167호(2018년 9-10월)의 내 인생의 책(7) - 이현주 편 「로빈 후드에서 예수까지」라는 글이었다.
1992년도 선생이 입원하셨다는 소문을 듣고, 관옥은 급히 찾아가 뜬금없는 제안을 했다. 미리 공부를 하지 않고 단 둘이 노자를 읽어보자고. 원주 봉산동 가재도구 하나 없는 선생의 텅 빈 방에서, 휴대용 녹음기 하나 틀어놓고 도덕경의 첫 문장을 읽기 시작했다. 1993년 봄 〈다산책방〉에서 『장일순의 노자 이야기』 첫째 권이 나왔다. 그때 선생은 원주 기독병원에 입원해 계셨다. 둘째 권이 가을에 나왔다. 《노자》 57장까지 읽으시고 선생은 이듬해 67세를 일기로 영면했다. 관옥은 선생의 영과 교감하며 나머지 81장까지 탈고하여 이듬해 봄 셋째 권을 출간했다. 2003년 삼인출판사에서 마지막 수정본이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 이야기』로 출간되었다. 내가 펼친 책은 2015년 11월 개정 초판 17쇄였다.
2500년이라는 세월을 이겨 낸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은 중국에서 펴낸 주석서가 1500권이 넘는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길을 따라 노자에게 다가갔는지 어림짐작할 수 조차 없다. 책은 700여 쪽이 넘는 분량이지만 거기에 흘러드는 사상의 지류는 아주 방대했다. 동학, 유학, 석가, 장자, 기독교, 간디, 선불교, 근대철학, 마르크스주의까지. 무위당과 관옥은 『도덕경(道德經)』 81자 5000자를 가운데 두고 서로 묻고 답하면서, 인류의 옛 지혜에서 오늘날 산업문명 폐해의 문제와 해법을 짚어냈다.
무위당은 『도덕경(道德經)』 81장에서 한복판에 위치한 '41장'이 가장 짧은 문장이지만 『도덕경』 전체를 압축해서 담았다고 생각했다. 반反, 약弱, 무無 석 자로 전체 내용을 한 군데로 수렴한 장이었다.
反者, 道之動, 弱者, 道之用, 天下之物, 生於有, 有生於無.
돌아감이 道의 움직임이요 약한 것이 道의 기능이니, 세상 만물은 유에서 생겨나고 有는 無에서 생겨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