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단테의 신곡
지은이 : 알리기에리 단테
그린이 : 구스타브 도레
옮긴이 : 양억관
펴낸곳 : 황금부엉이
“봉건적 중세기의 종결과 근대적 자본주의의 단초는 한 위대한 인물을 표지로 삼을 수 있다. 그 인물이 바로 단테이다. 그는 최후의 중세 시인인 동시에 최초의 근대 시인이었다.”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말이었다. 세계 4대 시성(詩聖)은 호메로스, 셰익스피어, 단테, 괴테를 이른다. 나는 『천재들의 도시 피렌체』(21세기북스, 2010)를 통해 르네상스를 열어젖힌 이탈리아의 시인 단테를 접했다.
이탈리아의 대문호 단테는 1265년 피렌체에서 태어나, 1321년 라벤나에서 사망했다. 극심한 정쟁에 휘말린 단테는 나이 35세 되던 해에 고향 피렌체에서 추방선고를 받았다. 죽을 때까지 유랑생활을 하던 시인은 20여년에 걸쳐 『신곡』을 썼다. 지옥에서 연옥으로, 연옥에서 천국으로 향하는 여정은 역대 황제와 교황 등 실존인물, 그리스 신화의 신과 영웅, 성서의 인물 등 수백 명이 등장해 천태만상의 인간상을 보여 주었다.
『신곡』은 선과 악, 죄와 벌, 정치와 종교, 신화와 현실 등 인간의 상상력이 빚어 낸 최고의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옥편」과 「연옥편」, 「천국편」은 각각 서른세 편의 독립된 곡(canto)로 구성되었다. 「지옥편」에 서곡이 추가되어 모두 100곡을 이루었다. 하나의 곡은 140행 안팎이다. 모든 행은 11음절로 구성되어 전체 14,233행에 이르는 장대한 환상적 서사시다.
나에게 단테의 『신곡』은 〈민음사〉간 세계문학전집 150, 151, 152 세 권으로 출간된 책이 떠올랐다. 영국 최초의 낭만주의 시인이자 화가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삽화 102점이 수록되었기 때문이다. 책과의 인연도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어느날 강화도 외포항에서 출항하는 서도(西島)행 오후배 객실에서 민미협 회장 박진화 화백과 볼음도저어새둥지(게스트하우스) 사무장을 만났다. 일행의 손에 책이 있었다. 나는 19세기 프랑스의 천재화가 구스타브 도레(Gustave Doré, 1832 - 1883)의 판화 삽화에 빨려 들어갔다. 빈센트 반 고흐가 ‘최고의 민중화가’로 추켜세웠던 구스타브 도레의 삽화 121점이 실렸다. 책은 일본의 건축가이면서 다양한 장르에서 전방위적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다니구치 에리야(谷口江里也)가 21세기 독자들의 입맛에 맞게 간결하게 재구성했다. 일본어문학전문가 양억관(1956 - )이 우리말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