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여장남자 시코쿠

대빈창 2019. 4. 15. 07:00

 

 

책이름 : 여장남자 시코쿠

지은이 : 황병승

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신경림, 이시영, 이재무, 공광규, 이문재, 최승호, 고재종, 장석남, 함민복, 이정록, 손택수, 문태준, 이세기, 박성우······.

 

손이 쉽게(?) 다가간 시집의 시인들이다. 나는 시나 소설이나 문학에 있어 고전적인 독자층에 속할 것이다. 시집은 펼치자마자 당황스럽고 불편했다. 평자들은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시라고 말했다. 전과자, 여장남자, 트랜스젠더, 오럴 섹스, 에로틱, 실어증 환자, 아웃사이더 ······ 등 전통 시문법과는 한참 거리가 먼 시어들로 가득했다.

2003년 계간 『파라 21』로 문단에 데뷔한 시인은 등단 2년 만에 첫 시집 『여장남자 시코쿠』(랜덤하우스코리아, 2005)를 상재했다. 이어 두세 번째 시집 『트랙과 들판의 별』(2007)과 『육세쇼와 전집』(2013)을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했다. 좋아하는 불문학자 故 황현산 선생의 해설에 기대어, 나는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육체쇼와 전집』을 먼저 손에 잡았다. 내가 잡은 시인의 첫 시집은 〈문학과지성 R 03〉으로 2012년에 재출간되었다.

시집은 「시인의 말」이 두 개였다. ‘2005년 여름’의 초판본과 ‘2012년 겨울’의 재출간본. 2부에 나뉘어 55편이 실린 시집은 해설까지 200여 쪽으로 제법 두툼했다. 초판본의 작품 해설은 시인 이장욱의 「체셔 캣의 붉은 웃음과 함께 하는 무한전쟁(無限戰爭) 연대기」였는데, 재출간본은 문학평론가 강계숙의 「사랑을 주었으나 똥으로 받는 이에게」였다.

〈한겨레 21〉은 2010년 문학평론가·문학전문기자·서점 MD를 대상으로 2000년대 한국문학 설문조사를 했다. 2000년 1월부터 2010년 7월까지 발표된 문학작품 중 최고의 장편소설, 중·단편소설, 소설집, 시, 시집을 뽑아달라고 주문했다. 결과는 아래와 같았다.

 

장편소설 - 김훈의 『칼의 노래』(생각의나무, 2001)

중·단편소설 - 김연수의 「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나는 유령작가입니다』, 창비, 2005)

소설집 - 박민규의 『카스테라』(문학동네, 2005)

시 - 문태준의 「가재미」(『가재미』, 문학과지성사, 2006)

시집 - 황병승의 『여장남자 시코쿠』(랜덤하우스코리아, 2005)

 

불문학자면서 문학평론가인 황현산 선생은 2000년대 이후 실험적이고 엽기적인 언어로 시단을 뒤흔든 미래파를 옹호했다. 선생은 미래파의 대표주자 황병승의 『여장남자 시코쿠』에 대한 평문 「완전소중 시코쿠」를 쓰기도 했다. 그리고 말했다. “시가 모험이라면 비평도 모험이다. 비평은 시와 더불어 안온하지만 비열한 이 삶 밖으로 한 걸음이라도 내디디려고 애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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