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82년생 김지영
지은이 : 조남주
펴낸곳 : 민음사
2007년 김훈의 『칼의 노래』(2001년), 2009년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2008년)에 이어 2018년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2016년)이 판매부수 100만부를 돌파해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소설에 쏠린 비상한 관심은 ‘김지영 현상’으로 불리었다. 책은 민음사에서 출간하는 경장편 시리즈 〈오늘의 젊은 작가〉 13번째 작품이었다. 나는 표지그림인 서니니의 작품 「그녀」(2016)을 보고 가장 급진적 생태주의자 故 이반 일리치(Ivan Illich)의 ‘그림자 노동’을 떠올렸다. 임금에 기초한 경제에서 집안일처럼 돈을 받지 않고 하는 일을 가리키는 개념이었다.
‘82년생 김지영을 안아 주십시오. 2017. 5. 19 노회찬 올림’
청와대 오찬 초청에 대한 답례로 故 노회찬 의원은 김정숙 여사께 황현산의 『밤의 선생이다』를, 문재인 대통령께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을 선물하며 속표지에 손글씨를 썼다. 금태섭 의원이 300권을 구입해 국회의원 전원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그때 책잡을 기회를 놓치고, 이제야 뒤늦게 부피가 얇은 양장본을 손에 들었다. 소설에서 자꾸 눈이 멀어지는 요즘, 오랜만에 잘 읽은 소설이었다.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가정폭력 주부 살인사건, 체육계 남성코치의 여성 선수 지속적 성폭력, 데이트 폭력, 몰래카메라 디지털 성범죄, 문학계 미투운동, 혜화역 여성연대 시위농성······. 이 땅은 여성혐오 범죄의 전시장이었다. 소설은 30대를 살아가고 있는 한국 여성의 보편적 일상을 재현한 인생 보고서였다. OECD 국가 부동의 1위를 고수하는 성별 임금격차는 이 땅이 지독한 남성 중심주의 사회를 가리키는 바로미터였다. 『82년생 김지영』은 평범한 34세 전업주부 김지영 씨의 삶을 통해 대한민국 여성이 학교와 직장, 가정에서 받는 성차별, 고용시장에서 겪는 불평등, 사회가 여성에게 강조하는 성 역할 등을 보여주었다.
김지영씨는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 대학을 졸업하고, 홍보대행사를 다니다,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딸을 낳아 전업주부가 되었다. 어머니 오미숙씨가 살아온 삶이었고, 딸 정지원이 앞으로 살아갈 그야말로 평범한 이 땅의 여자의 삶이었다. 하지만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김지영씨께 닥친 부당한 대우와 시선은 그녀의 정신을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소설은 정기적으로 정신 상담을 위해 찾아 가는 담당 의사가 김지영씨의 삶을 리포트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배불러까지 지하철 타고 돈 벌러 다니는 사람이 애는 어쩌자고 낳아!”(140 ~ 141쪽) 퇴근길 지하철에서 여대생이 임신부 김지영씨께 억지로 자리를 양보하며 내뱉은 말이었다.
“나도 대학까지 나온 사람이예요.”(160쪽) 아이스크림 알바 구인광고를 보고 들어선 가게 엄마 점원이 김지영씨께 한 말이었다.
“나도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커피나 마시면서 돌아다니고 싶다 ······ 맘충 팔자가 상 팔자야 ······ 한국 여자랑은 결혼 안 하려고 ······ ”(164쪽) 유모차의 잠든 딸을 바라보며 공원 벤치에서 카페 커피를 마시는 김지영씨께 들려 온 옆 벤치의 직장인 남성이 동료에게 속삭인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