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쌍칼이라 불러다오

대빈창 2019. 3. 27. 06:34

 

 

책이름 : 쌍칼이라 불러다오

지은이 : 윤성학

펴낸곳 : 문학동네

 

얇은 부피의 시집을 덮으며 나의 눈길은 책장 한 구석으로 향했다. 3부에 나뉘어 63편이 실린 시집의 해설은 문학비평가 황현산의 「도시의 토템」이었다. 문학비평가는 2018년 8월 8일 영면에 드셨다. 두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난다, 2013)와 『사소한 부탁』(난다, 2018)이 어깨를 나란히 했다. 출판사 《난다》는 《문학동네》의 계열사다. 선생은 병세가 악화되는 와중에 두 번째 산문집을 펴냈다. 초판 1쇄가 2018년 6월 18일에 나왔다. 선생은 생전에 “나는 이 세상에서 문학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오랬동안 물어왔다”고 말했다. 이런 고뇌와 질문이 선생의 문학을 이끌고 움직였다. 책을 너무 묵혔다. 촛불집회에서 뜨거운 눈물을 쏟으시던 선생의 빈자리가 커보였다. 글이 옆길로 샜다.

시집은 ‘샐러리맨 시인’ 윤성학이 7년 만에 펴낸 두 번째 시집이었다. 2006년 첫 시집 『당랑권 전성시대』(창비, 2006)는 적자생존, 약육강식, 승자독식의 천민자본주의에서 버둥대는 도시인의 애환을 그렸다. 두번 째 시집은 생의 부조리와 생활의 비애, 그리고 직장인의 일상을 관조와 익살로 버무렸다. 마지막은 지게차 작업을 보며 ‘결투의 원리’를 배우는 표제시 「쌍칼이라 불러다오」(22쪽)의 전문이다.

 

쌍칼, // 그의 결투는 잔혹하다 / 어지간히 무거운 상대라도 / 높이 들어올리면 / 전혀 맥을 추지 못한다 / 지게차의 작업은 그렇게 냉정하다 / 일말의 동요도 없이 /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 / 상대의 중심 깊숙이 / 두 개의 칼날을 밀어넣는다 / 아무 표정 없이 들어올린다 / 그의 무게중심을 흩뜨리지 않는다 / 그를 자신보다 높이 추켜올린다 // 쌍칼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을 보지 못했다 / 완벽한 전술이다 / 그를 오래 보고 있으면 / 결투의 원리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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