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러시아 혁명사 강의

대빈창 2019. 3. 29. 06:24

 

 

책이름 : 러시아 혁명사 강의

지은이 : 박노자

펴낸곳 : 나무연필

 

소련의 레닌그라드에서 태어나, 고대 가야사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1년 한국에 귀화. 현재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에서 한국학과 동아시아학을 가르치고 있다. 진보신당 비례대표 1번. 나에게 러시아 출신의 한국사학자 박노자라는 이름은 낯익다. 내가 잡은 그의 여덟 권 째 책은 러시아 혁명 100주년을 맞아 펴낸 『러시아 혁명사 강의』이다. 한국인으로 귀화하기 전 박노자의 본명은 ‘블라디미르 티호노프’였다. 열성적 공산주의자였던 할아버지가 레닌의 본명에서 따와 이름을 지었다.

책은 6장으로 구성되었다. 전반부는 혁명의 주역인 블라디르 일리친 레닌Vladimir Ilich Lenin(1870 ~ 1924), 레온 트로츠키Leon Trotsky(1879 ~ 1940), 이오시프 스탈린Iosif Stalin(1879 ~ 1953) 세 인물을 중심으로 풀어냈다. 후반부는 러시아 혁명이 유럽과 아시아에 미친 영향과 스탈린의 적색 개발주의와 박정희의 백색 개발주의를 비교하며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파헤쳤다. 혁명을 거치지 못한 한국은 기존의 토호와 유생들이 친일파를 거쳐 친미파가 되고, 다시 자본가와 관료가 되면서 반동적 개발이 이루어졌다.

박노자는 단언했다. “소련은 사회주의가 아니었다.”고. 사회주의는 국민 모두가 정치 주체가 되어 자유롭게 민주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소련은 국가 폭력을 통한 국민 통제가 일상화된 사회였다. 박노자가 주목한 것은 스탈린 시대의 ‘적색 개발주의’다. 소련은 사회주의라는 간판을 내걸었지만 마르크스가 생각했던 사회주의로 나아가지 못하고 비시장적 적색 개발주의에 매몰되었다. 하지만 유럽 열강과 비교해도 기초적인 복지 제도를 완비하고 무상의료와 무상교육을 실시하여 노동자와 농민의 신분 상승을 어느 정도 보장한 시스템이었다.

머리말 「러시아 혁명, 미완의 해방 프로젝트」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안기부의 칼날을 피해가면서 여러 운동권 출판사들이 레닌의 책을 번역해 찍어내고, 지하 서클에서 그 책들을 필독서로 읽었던 1980년대는 이제 오래된 역사입니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소련이 망한 90년대 초 이 땅에 레닌선집(전진출판사, 27권)이 완간되었다. 1980년대 한국 학생운동은 레닌과 러시아 혁명을 지나치게 이상화했다. 사회주의는 민주주의와 아래로부터의 적극적인 참여와 감시 없이는 불가능했다. 러시아 혁명이 가리켜 준 가장 큰 교훈이었다. 레닌은 혁명에 성공했지만 이상적인 사회를 건설하는데 실패했다. 소비에트는 1920년대 스탈린 시대를 거치며 당과 국가 관료가 이끄는 ‘적색 개발주의’로 전락했다. 지배 관료들은 수십년이 흐른 후 페레스토이카를 거쳐 재벌이 판치는 야만적 자본주의로 변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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