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

대빈창 2019. 4. 29. 07:00

 

 

책이름 :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

지은이 : 이형주

펴낸곳 : 책공장더불어

 

1990년대 세계의 10만 마리 야생호랑이는 지난 20년 동안 무려 96퍼센트가 감소했다. 만병통치약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 때문이었다. 항암효과가 있다는 헛소문은 코뿔소 뿔의 암시장 수요를 급증시켜 금보다 가격이 비쌌다. 루왁(Luwak)은 인도네시아어로 사향고양이를 가리켰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루왁커피는 사향고양이가 배설한 커피콩으로 만든다. 좁은 철창의 배터리게이지에서 사육되는 사향고양이는 영양실조와 비만증세, 카페인 중독으로 정신질환 정형행동으로 팔다리를 뜯어먹고, 털을 뽑는 이상자해 행동을 보였다.

‘이 세상에서 존재하는 가장 잔인한 사육방법’은 살아있는 반달가슴곰의 배에 구멍을 뚫어 쓸개즙을 채취하는 크러시케이지라는 장치였다. 작은 철창에 곰을 눕히고 금속 격자로 압박해 고정시킨 장치로 곰은 걷기는커녕 일어나거나 돌아눕지도 못하고 바닥에 눌린 채 수년 동안 살아갔다. 크러시케이지에 눌린 채 15년을 살아 온 반달가슴곰 재스퍼는 쇠창살 밖으로 손을 내밀어 구조자의 손을 꼭 잡았다. 샥스핀 재료로 지느러미가 잘려 바다에 내던져진 상어는 경골어류로 부레가 없어 바다 속으로 가라앉으며 고통스런 죽음을 맞았다. 최상급 모피를 얻으려는 하프물범의 사냥은 생후 3개월이 안된 새끼를 잔인하게 죽였다.

팜유 재배로 열대우림이 파괴되는데 한 시간당 축구장 300개에 달하는 면적의 숲이 사라졌다. 숲에서 사는 오랑우탄을 멸종위기로 몰아가는 가장 큰 이유였다. 불교국가 태국의 길거리 개들이 매년 50만 마리 이상 중국과 베트남으로 불법거래 되었다. 운좋게 동물보호단체에 구조된 식용견 미러클은 스코틀랜드에 입양되었다. 자폐증 아동 6살 카일의 둘도 없는 친구가 된 미러클은 2015년 세계3대 도그쇼의 하나인 영국 버밍엄 크러프츠도그쇼에서 200마리의 경쟁자를 제치고 도우미견 부문에서 우승했다. 이름 그대로 기적 같은 삶이었다.

살아있는 악어와 비단뱀은 잔인한 방법으로 도살돼 가죽공장을 거쳐 화려한 색상의 가죽제품으로 거듭났다. 중국의 앙고라토끼 농장에서 살아있는 앙고라의 털을 무자비하게 잡아 뜯었다. 공장식 모피 농장에서 밍크, 여우, 라쿤, 친칠라, 검은담비 등이 좁은 사육장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로 동족을 서로 잡아먹는 카니발리즘을 보였다. 출산할 때 몸을 숨길 공간이 없는 어미는 스트레스 때문에 새끼를 잡아먹기도 한다. 머리끝까지 가죽이 벗겨지는 순간까지 살아보겠다고 마지막 숨을 몰아쉬던 허연 벌거숭이 몸뚱이는 쓰레기더미처럼 쌓였다. 껍데기가 벗겨진 라쿤이 고개를 들어 자신의 몸을 응시했다.

매년 투우장에서 25만 마리가 넘는 소가 죽음을 맞았다. 투우 경기에 나온 소는 야수가 아니라 고문으로 아프고 지쳐있는 극도로 겁에 질린 동물일 뿐이었다. 일본 와카와마현의 작은 어촌 다이지는 돌고래 사냥으로 악명이 높다. 수족관의 돌고래는 만성적 스트레스로 위장약과 항생제를 달고 살았다. 잔인하게 포획된 어린 코끼리를 사람의 명령에 따르도록 길들이는 작업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비인도적이다. 자신의 몸보다도 작은 상자에 구겨넣어서 꼬박 일주일을 쇠꼬챙이로 찌르고, 매질을 하며, 굶기고 잠도 재우지 않는다. 이 지옥과도 같은 가혹행위가 끝나면 코끼리의 눈은 초점을 잃고, 어미도 알아보지 못한다. 수년 동안 좁은 수조안에 갇혀있던 범고래 틸리쿰은 10년 동안 금속으로 된 수조 문의 빗장을 이빨로 물어뜯어 치아가 다 닳았다. 세계에서 가장 슬픔 북극곰 아르투로는 영하 40도의 기온에 적응하도록 태어났다. 영상 40도가 넘는 아르헨티나 날씨는 고문과 같았다. 콘크리트 사육장에 깊이 50센티미터의 수조가 있었다. 헤엄을 치기는커녕 앞발로 바닥을 짚고 납작 엎드려야 겨우 몸을 물에 담글 수 있는 깊이였다.

그밖에 사육시설의 사자를 펜스로 막은 좁은 공간에서 사냥하는 캔드 헌팅(canned hunting, 통조림 사냥). 유전적 결함으로 힘든 삶을 살아가는 알비노(albino, 백색증·색소결핍증) 동물. 최대한 서식지와 비슷한 환경으로 조성하여 정신병 동물을 찾아볼 수 없는 파리동물원.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로 인한 인수공통전염병의 창궐. 학대받는 코끼리를 구조하여 편안한 여생을 보내주는 태국 치앙마이의 코끼리자연농원. 잦은 유산, 질병, 신체적 기형과 낮은 생존율의 동물농장 복제동물. 숲의 면적 감소로 살 곳을 잃어가는 스리랑카 코끼리. 이슬람교도가 먹고 사용할 수 있도록 생산, 가공된 식품과 제품을 가리키는 할랄Halal은 동물 복지의 강화로 유럽에서 발 붙이기 힘들었다. 지난 200년간 포유류 28종을 포함해 토착종 동물 54종과 토착종 식물 39종이 외래침입종으로 멸종한 호주 등.

인간은 살아가면서 동물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 건강을 위해서 보양식품을 먹고, 여행을 가서 동물 쇼를 구경하고, 야생동물의 사체로 만든 약재를 구입하고, 패션을 위해서 꾸미고 치장했다. 진미를 맛보려 샥스핀, 푸아그라, 송아지고기를 먹었다. 인간 중심주의 세상에서 동물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책은 국내외에서 활발한 동물보호 활동을 해 온 저자가 우리의 시선으로 세계 동물학대 산업과 동물보호 활동가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 주었다. 저자는 말했다.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것은 동물과 무관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람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회에서는 동물도 행복할 수 없다.”고. 우리가 동물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인도적인 소비자가 되는 것이다.

 

 

 

'책을 되새김질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0) 2019.05.07
너를 보고 나는 부끄러웠네  (0) 2019.05.03
자두나무 정류장  (0) 2019.04.25
단테의 신곡  (0) 2019.04.18
여장남자 시코쿠  (0) 2019.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