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너를 보고 나는 부끄러웠네
엮은이 : 무위당을 기리는 모임
펴낸곳 : 녹색평론사
이현주(목사) / 김종철(『녹색평론』 발행인) / 원유일(원주가톨릭종합사회복지관 홍보후원팀장) / 김성동(작가) / 고제순(재야 철학자) / 변홍철(『녹색평론』 편집장) / 이경국(전 신협 사무총장) / 이병철(전국귀농운동본부 본부장) / 최성현(농부·작가) / 최종덕(상지대 철학과 교수) / 윤형근(모심과살림 연구소 사무국장) / 주요섭(생명문화교육연대 사무국장) / 임재경(언론인) / 리영희(언론인) / 김영주(‘무위당을 기리는 모임’ 회장) / 이긍래(원주한살림 이사장) / 박재일((사)한살림 회장) / 김지하(시인) / 이철수(화가·판화가)
책의 필자와 대담자들이다. “내 이름으로 가급적 아무것도 하지 말라.” 한국 생명운동의 대부 무위당(無爲堂) 장일순(1928-1994) 선생이 남기 유언이었다. 하지만 선생의 뜻을 기리는 제자들은 뜻을 거스르며 10주기 문화제를 열고, 두 권의 책을 펴냈다.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반농반X의 작가 최성현이 무위당의 작품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가 인터뷰한 글·그림집 『좁쌀 한 알』(도솔)과 선생에 관한 추모글과 대담을 모은 『너를 보고 나는 부끄러웠네』(녹색평론사)였다.
‘좁쌀 한 알’이라는 호를 썼던 무위당은 60년대 가난한 사람들의 자립을 도우려 신용협동조합의 설립을 주도했다. 70년대 천주교 원주교구 지학순 주교와 손잡고 군사독재정권에 맞서 민주화운동을 전개했다. 80년대는 유기농업·생협운동의 주춧돌을 놓고, 생활운동을 이끌었다. 90년대는 천지만물을 한 생명으로 보는 생명관으로 한살림 운동을 펼쳤다. 숨 막히던 군사독재 치하, 원주는 반체제 지식인과 활동가들이 숨을 돌리는 안식처였다. 무위당 선생의 너그럽고 넓은 품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용기와 힘을 얻은 이들은 다시 싸움의 현장으로 향할 수 있었다.
무위당 선생은 불의에 저항하는 힘도 사람의 온기 속에서 나오고, 사회변혁운동의 바탕은 삶에 대한 깊은 성찰과 도덕적 뿌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 주셨다. 무위당 선생의 발자취는 남달랐지만 스스로를 낮추고 자애, 검약, 겸손의 삶을 실천하셨다. 마지막은 장일순 선생을 기리는 김지하의 시 「말씀」의 전문이다.
하는 일 없이 안 하는 일 없으시고 / 달통하여 늘 한가하시며 / 엎드려 머리 숙여 / 밑으로 밑으로만 기시어 드디어는 / 한 포기 산 속 난초가 되신 선생님 / 출옥한 뒤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 비록 사람 자취 끊어진 헐벗은 산등성이 / 사철 그늘진 골짝에 엎드려 기며 살더라도 / 바위 틈 산란 한 포기 품은 은은한 향기로 / 장바닥 뒷골목 시궁창 그려 하냥 설레노니 / 바람이 와 살랑거리거든 인색치 말고 / 먼 곳에라도 바람따라 마저 그 향기 흩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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