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지은이 : 권정생
펴낸곳 : 지식산업사
세상의 어머니는 모두가 그렇게 살다 가시는 걸까. / 한평생 / 기다리시며 / 외로우시며 / 안타깝게······
배고프셨던 어머니 / 추우셨던 어머니 / 고되게 일만 하신 어머니 / 진눈깨비 내리던 들판 산고갯길 / 바람도 드세게 휘몰아치던 한평생
그렇게 어머니는 영원히 가셨다. / 먼 곳 이승에다 / 아들 딸 모두 흩어 두고 가셨다. / 버들고리짝에 / 하얀 은비녀 든 무명 주머니도 그냥 두시고 / 기워서 접어 두신 버선도 신지 않고 /어머니는 혼자 훌훌 가셨다.
(······)
보리밥 먹어도 맛이 있고 / 나물 반찬 먹어도 배가 부르고 / 어머니는 거기서 많이 쉬셨으면 / 주름살도 펴지시고 / 어지러워 쓰러지지 말았으면 / 손목에 살이 좀 오르시고 / 허리도 안 아프셨으면 / 그리고 이담에 함께 만나 / 함께 만나 오래 오래 살았으면
어머니랑 함께 외갓집도 가고 / 남사당놀이에 함께 구경도 가고 / 어머니 함께 그 나라에서 오래 오래 살았으면 / 오래 오래 살았으면······
표제시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109 ~ 125쪽)의 1·2·3·23·24연이다. EBS의 다큐멘터리 《한국기행 특별편-한국예술기행》에서 〈권정생의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을 찾아보았다. 아동문학가 권정생(1937 - 2007) 선생은 경북 안동 일직면 조탑리의 마을에서 가장 높은 빌뱅이 언덕 바로 아래 외딴집에서 살다 돌아가셨다. 선생은 일본에서 태어나 광복후에 어머니를 따라 안동으로 이주했다. 국민학교를 졸업한 후 가난으로 중학 진학을 포기하고 객지 생활을 시작했다. 나무·고구마·담배 장수, 점원 생활은 고달팠고, 결핵을 얻어 다시 안동으로 돌아왔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선생은 경북 지역을 떠돌며 거지 생활로 연명했다. 모진 세월이 흐른 후 선생은 야간학교 교사로 일직교회의 문간방에 머무를 수 있었다.
선생이 마흔여섯 되던 해 마을 젊은이들이 힘을 합쳐 빌뱅이 언덕 아래에 작은 집을 마련했다. 슬레이트 지붕의 낮은 천장에 8평짜리 오두막이었다. 선생은 이 작은 집에서 25년을 사시면서 『강아지똥』, 『몽실언니』 등 주옥같은 작품을 쓰셨다. 선생은 자신의 경험을 소설, 동화, 동시로 형상화했다. 그동안 나는 선생의 장편소설 『한티재 하늘 1·2』(지식산업사, 1998), 소년소녀소설로 『몽실언니』(창비, 2001), 『초가집이 있던 마을』(분도출판사, 2007), 『점득이네』(창비, 2012), 산문집으로 『우리들의 하느님』(녹색평론사, 1996), 『빌뱅이 언덕』(창비, 2012)를 손에 들었다.
동시집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은 초판이 1996년에 나왔다. 4부에 나뉘어 80편의 동시가 실렸다. 시집은 권정생 선생이 소년시절부터 지금까지 쓴 시를 모두 모았다. 선생의 책 중에서 가장 늦게 잡은 책이 선생이 쓰신 글 중에서 가장 이른 글이 된 셈이다. 표지·본문 그림의 장승각이 낯익었다. 장승각(1961 - )은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을 즐겨 그렸다. 〈길벗어린이〉에서 펴낸 권정생 선생의 동화 『강아지똥』, 『오소리네 집 꽃밭』, 『황소 아저씨』의 그림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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