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두 손바닥은 따뜻하다
지은이 : 문익환
펴낸곳 : 사계절
표제 글씨체는 문익환 목사가 옥중에서 부인 박용길 장로에게 보낸 편지글에서 집자했다. 시선집은 4부에 나뉘어 모두 70편이 실렸다. 문익환 목사가 살아생전 내놓은 다섯 권의 시집과 신문에 발표한 시들에서 가려 뽑았다. 거칠게나마 분류하면 1부는 어린 시절·가족 등 개인적 편린, 2부는 인물시, 3부는 통일시, 4부는 신앙시가 실렸다. 시선집은 첫 시집 『새삼스런 하루』의 후기 「당신에게」, 해설은 임헌영(문학평론가,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의 「통일시대에 새롭게 읽는, 늦봄 문익환의 시」, 추천의 글로 황석영(소설가)의 「죽어도 살아나는 시」와 김숨(소설가)의 「시를 읽는 것은」으로 마무리를 졌다.
시선집은 늦봄 문익환(1918 - 1994) 목사 탄생 100주년 기념 시집이었다. 문익환 목사는 시를 써본 일도, 쓴다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던 신학자였다. 1968년 신구교 공동 구약 번역 책임위원을 맡았다. 구약성서는 40%가 시로 이루어졌다. 목사는 히브리어를 한글로 옮기면서 시 공부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1971년 5월, 53살에 시를 쓰기 시작했다.
난 올해 안으로 평양으로 갈 거야 / 기어코 가고 말 거야 이건 / 잠꼬대가 아니라고 농담이 아니라고 / 이건 진담이라고
(······)
난 걸어서라도 갈 테니까 / 임진강을 헤엄쳐서라도 갈 테니까 / 그러다가 총에라도 맞아 죽는 날이면 / 그야 하는 수 없지 / 구름처럼 바람처럼 넋으로 가는 거지
「잠꼬대 아닌 잠꼬대」(103 - 107쪽)의 첫 연과 마지막 연이다. 문익환 목사는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상임고문이었던 1989년 3월 25일부터 4월 3일까지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만났다. ‘남과 북이 자주와 평화, 민족대단결’의 3대 원칙에 기초해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는 4. 2남북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작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4. 17 판문점 선언도 이 원칙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시인 박준은 표사에서 말했다. “너무 많은 죽음들과 함께 했던 생이었다가, 이 ‘모든 걸 버리고’ 다시 ‘모든 걸 믿으며 모든 걸 사랑했던’ 오랜 기다림 끝에서 우리가 다시 만나는 시인 문익환”이라고. 여적 시인이 어색했다. 나에게는 어쩔 수 없이 목사이셨다. 문익환 목사하면 1987년 7월 9일 연세대 백양로의 이한열 열사 영결식이 떠올랐다. 문익환 목사는 단상에서 전태일 열사여, 박종철 열사여, 이한열 열사여······. 26인의 열사의 이름을 절규하며 부르짖었다.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에 늦봄 문익환 목사와 봄길 박용길 장로가 생전의 천생연분 모습대로 한 무덤에 누워계셨다. 봄이 가기 전에 찾아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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