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누군가의 시 한 편
지은이 : 최승호
펴낸곳 : 달아실
『대설주의보』(민음사, 1983) / 『코뿔소는 죽지 않는다』(도요새, 2000) / 『반딧불 보호구역』(뿔, 2009) / 『북극 얼굴이 녹을 때』(뿔, 2010) / 『아메바』(문학동네, 2011) / 『허공을 달리는 코뿔소』(난다, 2013) / 『얼음의 자서전』(문예중앙, 2014)
그동안 내 책장에서 어깨를 겯었던 시인의 시집과 시선집이다. 지난해 연말 나는 따끈따끈한 시인의 시집 세 권을 새로 손에 넣었다.
『누군가의 시 한 편』(달아실, 2018) / 『방부제가 썩는 나라』(문학과지성사, 2018), / 『아무것도 아니면서 모든 것인 나』(문학과지성사, 2018)
내가 시인을 처음 만난 책은 출판사의 로고가 긴 부리와 긴 다리를 가진 새 〈도요새〉에서 펴낸 생태시선집 『코뿔소는 죽지 않는다』였다. 출판사는 이 땅의 대표적 환경운동단체에서 만들었다. 시인은 1997년부터 10년간 《환경운동연합》에서 펴내는 월간지 《함께 사는 길》의 편집주간을 맡았었다. 출판사 〈달아실〉이 낯설다. 주소가 강원 춘천이었다. 그렇다. 시인의 고향이었다.
『누군가의 시 한 편』에 실린 시의 구성이 특이했다. 50명 시인의 대표시에서 인상적인 구절이 한 쪽을 차지하고, 시인의 화답시가 맞은 쪽에 배치되었다. 시인이 ‘누군가의 시 한 편’을 읽고, 詩라는 형식으로 댓글을 단 일종의 댓글詩集이었다. 인용된 시 구절의 글자색은 갈색이었고, 시인의 시 글자색은 흑색이었다. 단 두 편이 예외였다. 박정대의 시「마지막이자 처음인 백야」(32쪽)의 화답시 「시가 연기 속에 카스트로 씨의 인생이 타들어갔다」(33쪽)와 이승훈의 시 「인생」(82쪽)의 화답시인 「왜 사는지 모르지만」(83쪽)은 갈색이었다. 두 시의 대표 詩語인 ‘시거’와 ‘메밀묵’의 색을 연상시켰다. 마지막은 시집을 여는 첫 시로 이성복의 시 「음악」(12쪽)의 인용 구절과 「여울의 음악」(13쪽)의 전문이다.
지금 아름다운 음악이 / 아프도록 멀리 있는 / 것이 아니라 / 있어야 할 곳에서 / 내가 너무 멀리 / 왔다는 느낌
여울에는 조약돌이 있다. 조약돌은 음표가 아니다. 악기도 아니다. 하지만 물을 만나 소리를 낸다. // 여울은 현이 없다. 현 없이도 소리를 낸다. 물은 조약돌을 만나 소리를 내고 조약돌은 물을 만나 소리를 낸다. // 조약돌이 물을 연주하는 것인지 물이 조약돌을 연주하는 것인지, 여울의 음악이 흘러가고 마음은 은하보다 더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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