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잃어버린 길을 찾아서
지은이 : 조성기
펴낸곳 : 열림원
책술에 인천 부평 한겨레문고의 심벌마크가 파란색 잉크로, 1998. 7. 3 책을 손에 넣은 날짜는 붉은 잉크 스탬프가 찍혔다. 20여 년 전, 나는 태어나고 자란 김포 들녘의 시골에서 책을 구하려고 1시간 거리의 인천 부평역앞 대형서적까지 시외버스를 이용했다. 책을 손에 넣은 날 비가 내렸다. 굵은 빗방울이 책술에 떨어졌을 것이다. 파란 스탬프잉크가 번져있었다. 그 시절 나는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1991년 제15회 이상문학상 수상작은 조성기의 「우리 시대의 소설가」였다.
책은 ‘촌철살인의 고사성어(故事成語) 예화들을 원고지 3매 안에 요약’한 227개 꼭지로 이루어졌다. ‘이젠 인류가 무엇인가 하기에 너무 늦었을 수도 있다’는 최후통첩성 경고가 날아드는 현실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몰고 온 파국적 상황에서 인류의 앞날이 있기나 한 것일까. 하릴없는 나는 20여 년전에 잡았던 책술의 색깔이 점차 낙엽색으로 변해가는 묵은 책을 다시 펼쳤다. ‘선인들의 지혜’에서 시대를 앞서가는 통찰력을 읽을 수 있을까.
의봉혈우蟻封穴雨 - 개미가 자기들의 집 구멍을 막으면 큰 비가 온다. 기상 변화와 천재지변을 예측하는 개미에 비해, 인간은 생명이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별 지구의 생태계를 파국 일보직전까지 내몰았다.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다. 미국 인구의 절반 정도가 해안에서 80㎞ 이내에 살고 있다. 아시아·유럽·아프리카 등 세계 전 인구의 40%가 해안 지역에 거주한다. 한국은 100년 뒤 서울 면적(약 605㎢)의 1.6배인 968㎢가 바닷속으로 사라진다고 한다. 100년후 이탈리아의 베네치아가, 200년 후 독일의 함부르크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이, 300년 후 미국 뉴욕 맨해튼이, 400년 후 중국의 상하이가 수중도시로 변할 것이다.
지어지앙池魚之殃 - 성문에 불이 붙어 못물을 길어다 불을 껐는데, 물고기가 물이 없이 모두 죽었다. 산업혁명 이후 호모 사피엔스는 풍요와 편의를 구가하려 화석연료를 마구 태워 버렸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피해를 가장 먼저 입은 동물이 북극곰이었다. 북극곰은 생활 사이클이 바다를 떠다니는 유빙에 의존했다. 북극해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얼음 면적이 줄어 2050년이면 북극곰이 멸종할 수 있다고 한다. 북극곰은 현재 철부지급 轍鮒之急 - 수레바퀴 자국 물속의 붕어처럼 위급한 상황이었다.
국제종자저장소가 있는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의 스피츠베르겐섬은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게 더워지고 있는 지역이다. 지구온난화의 가속으로 영구동토층이 녹아 내렸다. 2100년 안에 평균기온이 10℃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암울한 진단이 나왔다. 인류에게 대재앙이 닥치면 후손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약 450만종의 씨앗을 저장한 ‘최후의 날 저장소(Doomsday Vault)'가 위협을 받기 시작했다. 호모 사피엔스의 대응이란 것이 격화소양 隔靴搔痒 - 신을 신고 가는데 발이 가려워 신발을 긁는 형국이었다. 인류는 기후변화와의 싸움에서 돌아올 수 없는 지점을 이미 넘어섰는지 모르겠다. 잃어버린 길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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