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밤의 화학식
지은이 : 성윤석
펴낸곳 : 문예중앙
시인은 1990년 《한국문학》 신인상에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1996년 첫 시집 『극장이 너무 많은 우리 동네』(문학과지성사, 1996)를 상재했다. 2000년 경남 마산시청 시보담당 6급 공무원으로 일하던 시인의 삶에 급물살이 일었다. 사업을 하시던 아버지의 피를 이어 받은 시인은 서울에 바이오 화학 벤처를 꾸렸다. 말린 불가사리를 태워 탄산칼슘(CaCO3)을 만들었다. 4년간의 세월이 흘렀지만, 사업은 풀리지 않았다.
2005년 용미리 서울시립묘지 관리인으로 호구지책을 삼았다. 시인은 두 번째 시집 『공중묘지』(민음사, 2007)를 냈다. 무연묘와 허무와 싸우면서 수지(樹脂) 사업만 생각했다. 일산에 10평짜리 사무실 한 칸을 빌렸다. 밤을 새워 실험실에서 불과 싸웠지만 시인의 사업은 결국 망했다.
2013년 일신을 정리하고 처가가 운영하는 냉동창고가 있는 마산으로 내려와 어시장에서 생선을 팔았다. 『멍게』(문학과지성사, 2014)를 내 놓았다. 2014년 개인 파산을 했을 때, 시인 친구 함성호는 말했다. “축하한다고, 드디어 자유인이 됐다고.” 아무것도 남지 않았던 그때, 서류 가방이 눈에 띄었다. 밤의 실험실에서 혼자 끼적인 메모수첩이 나왔다. 3년 뒤 시집이 출간되었다. 『밤의 화학식』(문예중앙, 2016)
시인의 삶이 체류한 공간이 오롯이 네 권의 시집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시인은 말했다. “직접 만지고 맛을 봐야 글이 나오는 성격 탓”이라고.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은 부 구분 없이 63편이 실렸고, 해설은 문학평론가 김진수의 「슬픔을 가지고 놀다 - 성윤석의 시 세계」였다. 마지막은 시집을 여는 첫 시 「납Pb」(11쪽)의 전문이다.
단단한 네 마음일지라도 / 금속피로*가 오지 않는 이유는 / 늘 피로한 빛을 하고 있어서 그래. / 계속되는 슬픔은 피로해지지 않아. / 등등함마저 버리고 / 네가 이 세상의 중심처럼 평형의 추처럼 / 떨어져 있는걸. / 어느 날 낚싯바늘을 매달고 / 바닷속으로 가라앉을지라도 / 숲 그늘에 드러누운 눈밭처럼 / 넌 그대로 거기 있으렴. / 어느 계절엔 반짝이지 않는 게 / 더 큰 빛이야.
* 금속 재료에 변형력을 가하면 연성(延性)이 점차 감소하는 현상. 결국에는 파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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