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백범일지
지은이 : 김구
풀어쓴이 : 도진순
펴낸곳 : 돌베개
“네 소원이 무엇이냐?”하고 하느님이 물으시면, 나는 서슴지 않고
“내 소원은 대한 독립이오”하고, 대답할 것이다.
“그 다음 소원은 무엇이냐?”하면, 나는 또
“우리나라의 독립이오” 할 것이요, 또
“그 다음 소원이 무엇이냐?”하는 셋째번 물음에도, 나는 더욱 소리를 높여서
“나의 소원은 우리나라 대한의 완전한 자주독립이오”하고 대답할 것이다.
「나의 소원」의 시작부를 모르는 한국인이 있을까. 교과서에서 접했던 40여년 저편의 세월이 무상하게 기억이 또렷했다. 1997년 7월 25일 초판1쇄 발행. 20여년을 훌쩍 넘긴 한국인의 필독서를 이제야 잡다니. 더군다나 MBC ! 느낌표 ‘책을 읽읍시다’ 선정도서를. 자칭 활자중독자로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주해(註解)를 단 이의 노고를 새삼 실감했다. 한국현대사를 전공한 소장학자 도진순은 백범의 친필 원본과 등사본, 필사본, 추가본을 일일이 검토, 대조하여 『백범일지』를 정본화했다.
『백범일지』는 일기처럼 날마다 기록한 일지(日誌)가 아닌, 숨겨진 기록이란 의미의 일지(逸志)를 말한다. 백범 김구(1876 - 1949)는 전 생애를 조국과 민족에 바친 겨레의 큰 스승으로서 27년간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이끌어온 독립운동가였다. 책은 백범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진솔하고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상편은 상해 임시정부시절, 고국의 어린 두 아들에게 남기기 위해 조국과 민족을 위해 걸어 온 고난의 과정을 기록했다. 하편은 충칭 임시정부 시절 1942년(67살)에 틈틈이 쓰기 시작했다. 「나의 소원」은 해방을 맞아 환국 후에 추가되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음식 냄새가 코에 들어올 때마다, 나도 남에게 해가 될 말이라도 하고서 가져오는 밥이나 다 받아 먹을까, 또한 아내가 젊으니 몸이라도 팔아서 좋은 음식이나 늘 하여다 주면 좋겠다 하는 더러운 생각이 난다.’(228쪽)
‘무릇 일곱 차례나 매달려 질식된 후 냉수를 끼얹어 살아나곤 했지만.’(238쪽)
‘여름철에는 감방에서 수인들의 호흡과 땀에서 증기가 피어올라 서로 얼굴을 분간할 수 없다. 가스에 불이 나서 수인들이 질식되면 방안으로 무소대를 들이쏘아 진화하고, 질식된 자는 얼음으로 찜질하여 살리는데, 죽는 자도 여러 번 보았다.’(252쪽)
1911년(36세) ‘안명근사건’으로 15년형을 언도받고, 서대문형무소의 고통스런 수감생활을 그린 장면에서 한 인간으로서의 백범 김구에 연민의 정이 솟아났다. 이처럼 『백범일지』의 문장은 화려하거나 세련되지 않고, 백범처럼 투박하고 우직스럽다. 어린 두 아들에게 남긴 유언장이자, 격동의 시대를 온 몸으로 뚫고 살아온 자신의 삶에 대한 증언인 『백범일지』를 펴낸 출판사 《돌베개》가 고마웠다. 항일투쟁과 반유신민주화운동을 펼쳤던 장준하 선생의 항일 수기집 『돌베개』에서 이름을 따 온 출판사. 시대의 유행에 편승하지 않고 깨어있는 책을 내는 출판사가 믿음직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