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예수의 독설

대빈창 2019. 6. 20. 07:00

 

 

책이름 : 예수의 독설

지은이 : 김진호

펴낸곳 : 삼인

 

『시민 K, 교회를 나가다』(현암사, 2012)를 잡은 후 오랜만에 저자의 책 두 권을 손에 넣었다. 『예수의 독설』(삼인, 2008)과 『권력과 교회』(창비, 2018)였다. 세상의 빛을 본 지가 강산이 변한다는 세월의 때가 묻은 책을 먼저 손에 들었다. 저자의 직함은 〈제3세대그리스도연구소 연구실장〉이었다. 연구소는 70년대 안병무·서남동 선생 등이 이 땅에서 빛을 밝힌 민중신학을 이어 받았다. 80년대 마르크스레닌주의적 사상의 세례를 받은 젊은 신학자들의 모임이었다.

나는 여기서 사회적 약자와 민중의 편에 섰던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산파 함세웅 신부를 떠올렸다. 민주화운동의 산증인이었던 신부는 사제단과 함께 1970 - 80년대 격동의 현장에 서 있었다. 그는 말했다. “19세기 말의 사상가 마르크스의 공유사상을 가톨릭이 껴안았다면 세상은 많이 바뀌었을 것”이라고. 신부가 보기에 이 땅의 교회는 천민자본주의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다. 사회적 약자를 억압·핍박하는 자본주의를 정화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자본주의의 부스러기를 주워 먹는, 자신이 부끄러운 줄도 몰랐다.

저자는 민중신학의 태두 故 안병무 박사(1922-1996)가 세운 한백교회에서 담임목사로 7년간 일했다. 2000년대 초반 목회활동을 그만 두었으나, 현재도 한 달에 한 번은 한백교회에서 설교를 했다. 책에 실린 대부분의 글은 설교한 내용을 현재에 맞게 다듬었다. 저자는 국가권력에 의한 민중의 고통을 보며 예수 텍스트의 현재적 읽기를 새로 시도했다. 예수는 권력에 맞선 독설가였고, 스스로 정주를 포기한 유랑자였다. 예수 당대는 로마 제국의 식민지로 무수한 이들이 유랑자로 내몰린 시대였다. 팍스 로마나의 무자비한 착취에 신음하는 민중들은 삶의 밑바닥까지 흔들렸다. 가난한 자, 병자, 악령들린 자, 갇힌 자, 죄인, 이방인, 거지, 세리, 창녀 등 추방당한 자들의 해방운동이 곧 예수운동이었다. 예수는 근본적으로 세상을 뒤집어 엎으려는 혁명가였다.

개독교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이 땅의 주류 개신교는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 대형교회의 목사 세습과 납세 논란, 특정교회 인맥의 권력층 형성 등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예수가 이 땅의 대형교회와 신학교를 보면 무엇이라고 말씀하실까.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전도라는 미명아래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목이 터져라 외치는 그들에게 축복을 내려 주실까. 민중신학자에 따르면 예수는 “권력과 동맹을 맺는 존재가 아니라 그것에 저항하는 존재로서 권력에 대한 독설을 통해 민중을 규제하는 규범을 희화화하거나 무력”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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