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옛이야기 백가지

대빈창 2019. 10. 7. 05:23

 

 

책이름 :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옛이야기 백가지

지은이 : 서정오

펴낸곳 : 현암사

 

90년대 출판사 《현암사》는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〇 〇 〇 백가지』 시리즈를 내놓았다. 내 책장에 두 손으로 꼽을 정도의 시리즈 책이 어깨를 겨누고 있다. 90년대 초반, 대처의 대형서적에서 책을 직접 손에 넣었다. 세기말쯤, 온라인서적을 이용해 택배로 책을 받기 시작했다. 그중 한 권으로 1996년에 출간된 초판본이었다. 서정오는 우리 옛 이야기의 파수꾼, 전도사로 통했다.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지역에서 2005년까지 초등학교 교사생활을 했다. 1984년 동화작가로 등단했다. 작가는 사라져가는 소중한 우리 옛이야기를 전하는데 힘을 더 기울였다.

책은 ‘모험과 기적(15)’, ‘인연과 응보(16)’, ‘우연한 행운(16)’, ‘세태와 교훈(17)’, ‘슬기와 재치(20)’, ‘풍자와 해학(16)’ 6부로 나누었다. 첫 이야기 「이상한 이파리」에서 마지막 이야기 「땅벌군수」까지 수많은 옛이야기 가운데 가려 뽑은 백가지 이야기를 실었다. 작가는 책을 엮는 기준으로 ①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받아들일 수 있고 재미있고 건전한 이야기 ② 전승력이 강하고 구성이 탄탄한 이야기 ③ 우리 정서가 잘 나타나 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실린 이야기는 민담(民譚, folktale)으로 옛날부터 백성들 사이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일컫는다. 독자는 이야기를 읽어 나가며 일부러 의식하지 않아도 해학, 풍자, 효, 권선징악, 우정, 성실, 사랑, 선정(善政), 지혜를 저절로 알 수 있었다.

백가지 이야기 중에 내 귀에 익은 이야기는 고작 15여 편에 불과했다. 「쌀 나오는 구멍」(284쪽) 은, 옛날 어느 절에 밥 먹는 것도 잊고 부처를 정성으로 모시는 스님이 있었다. 어느날 스님은 뒷산 바위에서 쌀 나오는 구멍을 발견했다. 그 쌀로 밥을 지어 주린 배를 채우며, 불경 공부 열심히 하라고 부처님이 내린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새로 절에 온 욕심 많은 스님은 구멍의 쌀을 다 꺼낼 욕심으로 바위를 깨뜨렸다. 자꾸 파들어 가자 흙탕물이 쏟아져 나와 구멍을 메워 버렸다. 90년대 후반 나는 답사의 묘미에 빠져 전국 산하를 떠돌아다녔다. 그 시절 경북 청도 호거산(虎踞山) 운문사(雲門寺)에 딸린 암자 사리암(邪離庵)에서 쌀이 나왔다는 사리굴을 만났다.

「소나기의 유래」(410쪽)는 무더운 여름날 나무그늘에서 쉬던 스님과 농부가 바랑에 든 쌀과 소를 걸고 내기를 한데서 ‘소나기’라는 말이 생겼다는 이야기다. 민간어원설(民間語源說, folk etymology)이다. 내가 알고 있는 ‘소나기’의 어원(語源)도 이와 비슷했다. 들에서 일을 하던 두 농부가 푸른 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드는 것을 보고 비가 오나 안오나, 소를 걸고 내기를 했다. ‘소내기’가 변해서 ‘소나기’가 되었다.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는 「저승길도 같이 가라」라고 한다. “못 배운 사람이 저승길을 같이 가는 배운 사람에게 염불하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해요. 그런데 배운 사람이 가르쳐주지 않아요. 배운 사람은 결국 염라대왕에게 많이 혼납니다. ‘함께 살기’라는 우리 옛 이야기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진리입니다.”